올해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국감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인 채택 문제로 국감이 파행을 겪는가 하면 과거를 답습하며 정책국감이라기보다는 재탕삼탕 이슈국감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지지 못했기 때문.
한편 KB금융 차기 회장에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내정되고, 그동안 KB사태로 휘청거리던 KB호(號)에 탑승해 안전항해를 책임지게 됐다.
□ 재탕·삼탕된 금융권 국감= 올해 국감은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간 대립이 계속되면서 부랴부랴 국감 일정을 잡아 준비기간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새로운 이슈 없이 작년 국감을 재현하듯 '재탕·삼탕' 국감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투자공사 안홍석 사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한국투자공사에 대한 국감이 졸속으로 끝나는가 하면,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도 낙하산과 방만경영, 전산보안 등 과거 답안을 컨닝하는 수준이었다.
2012년 정무위원회 국감 당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법인카드 부당사용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올해 정무위 국감에서도 빠지지 않고 법인카드 부당사용에 대한 지적이 등장했다.
심지어 3년 이상 반복 지적되는 사항이 해마다 늘어 올해에는 20%를 넘겼다.
□ 국감장에 등장한 中企 홀대론…산은·수은 '머쓱'=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면서도 중소기업을 외면한 채 대기업 지원에만 목메다 의원들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3년간 산업은행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4배 이상 투자를 많이 했고, 대기업 신용대출은 늘린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줄여 대기업 위주의 지원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산업은행의 녹색성장산업 지원제도가 실상은 대기업 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실제 산업은행은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녹색성장산업 명목으로 초 7조2248억원을 지원했는데, 이중 대기업에게 들어간 돈이 무려 5조8659억원 81.2%에 달했다.
김현미 의원은 "지난해 수출입은행 지원금 75조7687억원 중 상위 10% 기업이 받은 지원은 57조6236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76%에 달한다"며 "정책금융인 수출입은행의 대기업 편중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도 문제가 됐다.
이학영 의원은 지난해 산업은행 부실채권 비율은 3.07%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데다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가장 높다고 우려감을 나타냈고,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이 최근 5년간 1조원 이상 증가해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불성실한 수감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이 행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거나 시종일관 "확인한 뒤 보고하겠다"라는 말을 반복해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선피아다. 보은인사다'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을 아느냐"면서 "전문성을 가지고 능력이 있다면 커버가 될 텐데 이 행장을 답변을 하는 것을 보면 수출입은행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비난했다.
국감을 진행하던 정희수 기획재정위원장마저도 "이덕훈 행장이 3월에 취임해 7개월이나 지났는데 공부를 너무 안했다"면서 "은행장 답변도 엉망이고 같이 온 수출입은행 직원들도 상당히 느슨한 느낌이다. 수출입은행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
□ 윤종규 선장 태울 KB號, 리딩뱅크 명예회복? = KB사태로 회장과 은행장이 동반 퇴진하면서 공석이 된 KB금융 회장에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내정됐다.
경선 초반에는 은행장직까지 벗어던지고 출사표를 내건 하영구 씨티은행장과 박빙을 겨룰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KB사태가 낙하산 인사들의 힘겨루기로 불거졌기 때문에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내부 인사인 윤 전 부사장을 선택했다.
회장에 내정된 윤 전 부사장은 KB 살리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 갈등으로 상처받은 KB 조직원들을 품고,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한 영업조직도 재정비해 '리딩뱅크' 위상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KB금융 회장 경선에서 낙마하면서 차기 씨티은행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후계자 양성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박진회 수석부행장과 조엘 코른라이히 소비자비즈니스 책임자 부행장만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해 이들 중 한 명이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