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부정부패에 대해 인식 높으나 본인들 법 위반에는 관대
국민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기준 및 의식수준 선진국보다 낮아
우리나라 국민 열에 아홉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 넷 중 하나는 거액의 보상이 따르면 법 위반도 마다치 않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어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가 OECD 수준의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 정립과 법 집행, 그리고 의식수준 향상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3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 안일한 인식이 부정부패를 키운다: 부정부패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88.5%가 우리나라의 부정부패 수준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낮은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1.5%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부정부패 수준이 높다고 인식하는 비율을 연령별로 보면 20대 91.4%, 30대 87.9%, 40대 85.6%, 50대 이상 89.4%로 조사돼 20대의 경우 우리나라 부정부패 수준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76.7%는 10억원을 줘도 법 위반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10억원을 주면 법 위반을 한다는 의견이 23.3%에 달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대가에 따른 법 위반 행위 가능자가 30% 정도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사회의 주축이 돼야 할 20대가 부정부패에 대한 높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본인들 스스로 법 위반에 대해 관대하다는 사실은 향후 부정부패 방지 노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 참조)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현금 10억이 큰돈인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한 대가가 제공된다면 법위반도 하겠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에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고 이를 방지하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 부정부패에 대한 기준 및 의식 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를 찾아주고 음료수를 얻어먹은 경찰에 대해 음료수 정도는 괜찮다고 응답한 사람이 95.8%를 차지했다. 반면 핀란드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음료수를 먹은 경찰이 벌금형을 받아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지인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공직자에 대해서는 39.5%만이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독일의 경우 대통령이 비슷한 사안으로 인해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약간의 편법은 필요악(65.8%)이며 업무처리시 급행비가 필요(60.7%)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들어 “사소한 편법이라도 방치하면 좀 더 큰 부정부패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민들의 이런 안일한 인식이 부정부패 만연의 한 이유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사대상의 절반 정도(47.8%)는 친구나 친척의 비위행위를 용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지연 학연 혈연 등에 의한 비도덕적 행위를 통제하지 않고서는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러한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10명 중 4명 이상(42.6%)이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면 오히려 답답하다고 생각, 규정 준수가 당연한데도 엄격한 규정 준수를 융통성이 없다는 식으로 인식해 부정부패의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은 부정부패 방지 방안으로 부패에 대해 처벌 강화를 가장 선호(33.4%)하고 다음으로는 시민의식 향상(24.4%), 사회지도층에 대한 감시 활동 강화(24.2%), 불합리한 법제도 개선(18.0%) 등을 들었다.
응답자 가운데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 모두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부패에 엄격하려고 노력한다고 인식하는 사람(41.5%)이 많았고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엄격하다는 사람도 20.7%나 됐다.
연구원은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합의 과정을 통해 부정부패에 대한 좀 더 엄격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며 “사회문화적 상황이 다른 선진국 수준의 엄격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만의 부정부패 기준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 역시 부정부패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과 단호한 처벌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특히 사회지도층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활동을 통해 부정부패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전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부정부패에 대해 국민들이 스스로 단호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의식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