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이 되고 싶은 본부세관" = 국세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입규모가 적은 관세청. 이 때문인지 관세청엔 지방청이 없고 본부세관만이 있다. 하지만 본부세관을 임의로 지방청이라 바꿔 부르는 세관의 내부 관행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쳐 명칭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국가세수의 양축(국세+관세)을 담당하는 두 세입기관 국세청과 관세청.
같은 차관급 부처에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지만 세수 및 인원의 차이가 확연해서인지 몰라도 관세청은 국세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세입기관의 수장인 청장 인사만 봐도 대접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관세청은 지난 참여정부 시절 관세청 내부승진을 했던 성윤갑 전 관세청장 이후 다시 십수년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세제실장)가 관세청장 자리에 오르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10월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임기를 마친 후 관세청장으로 가는 관행 아닌 관행에 대해 야당 의원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반면 국세청은 개혁의 바람이 불던 참여정부 초기 재경부(현 기재부) 출신 이용섭 청장(14대)과 MB정부 시절 연이은 청장의 비리연루로 인한 국면전환용으로 민간인 출신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장에 인선된 것을 제외하고는 내부승진이 '척척'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관세청의 입장에선 그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죠.
관세청은 청장 인사 말고 또 하나의 설움을 안고 있습니다.
전국조직임에도 불구하고 타 부처와 달리 각 지역 거점에 '지방관세청'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신 서울본부세관, 부산본부세관, 인천본부세관 등 '본부세관'이라는 명칭 붙여 일선 세관과의 차별화를 두고 있는 형편이죠.
명칭이 변한다고 기관의 역할이 딱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청'이라는, 그리고 '청장'이라는 명칭에 비해 본부세관장 명칭이 갖는 무게감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
이 때문에 관세청은 윤영선 전 관세청장 시절, 몇몇 본부세관을 지방관세청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일부 본부세관장의 경우 급수를 상향조정하는 시도도 이루어졌다는 후문입니다(현재 관세청은 1급(고위공무원 가급) 자리가 1개에 불과하고 본부세관장들은 2급(고위공무원 나급)으로 차장을 포함해 서울과 중부, 부산국세청 등 1급 4개 자리를 보유한 국세청과 확연한 격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실제 관세청은 명칭 변경 작업을 추진하는 와중에 자체적으로 세관장의 명함을 지방관세청장으로 새롭게 제작하고, 외부행사 시 플랜카드도 지방청장으로 표기하기도 했다는 것이 관세청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당시 행정안전부)에 벽을 넘지 못하고 관세청의 의지는 꺾이고 말았죠.
이후에도 관세청은 내부적으로나마 지방관세청장 용어를 사용하며 울분을(?) 삮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내부행사 식순에 본부세관을 지방청으로 표기하고 세관장을 지방청장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모 본부세관에서 열린 내부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멀쩡한 본부세관, 본부세관장이라는 명칭을 제쳐두고 정식 명칭도 아닌 지방청, 지방청장이라는 용어를 내부문건에 적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관행일 수도 있고 관세청의 희망사항일 수도 있으니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관세청이 본부세관 및 본부세관장 명칭을 바꿔 '위상'을 제대로 세우고 싶다면 과거의 경우처럼 공식 절차를 거쳐 명칭을 바꾸는 것이 백번 맞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어 보입니다.
국가기관이 임의로 기관명을 바꾼다는 것은 아무리 내부행사라고 하지만 참석한 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더구나 이 같은 내막을 알고 있는 이들에겐 썩 보기 좋지 않은 광경이기 때문입니다.
본부세관장을 본부세관장이라 부르지 못하는, 아니 부르지 않는 관세청.
관세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