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단행된 국세청 하반기 복수직 서기관 인사에 일선 세무서 직원 2명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일선에서 서기관이 배출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던 일. 임환수 국세청장이 공언한 '희망사다리'가 지난 사무관 승진인사에 이어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에도 반영되자,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하나, 둘 피어오르고 있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놓은 '희망사다리'가 일선 현장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다.
지난 9월 사무관(5급)승진에 이어 이번 서기관(4급) 승진 명단에도 희망사다리의 흔적이 선명히 새겨지며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11일 국세청 하반기 복수직 서기관 승진인사를 단행, 총 36명 중 2명(손순희 강남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김태근 동수원세무서 납세자 보호담당관)을 일선 세무서에서 발탁했다.
그동안의 국세청 인사시스템을 잘 접하지 못한 이들은 '고작 2명'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선 세무서에서 서기관 승진자가 배출된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거짓말 조금보태, 일선에서 서기관 나오는 것은 개천에서 용 나오는 것보다 힘들다"는 한 일선 직원의 말만큼 일선 세무서는 그동안 서기관 승진의 '불모지'로 인식되어 왔다.
승진자 수는 중요치 않다. 일선 직원들은 자신이 일하는 일터에서 솟아난 희망에 완전히 놓아버렸던 끈을 다시 부여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일선 과장은 "비록 내가 승진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직원들의 사기가 충만해 진 것을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등을 통해 확실히 느낀다"며 "이번 서기관 승진자들과 비슷한 보직을 거쳐 온 이들은 벌써부터 승진에 필요한 요건들을 찾아보고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열정을 갖고 헌신한다면 세무서에 근무해도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임 국세청장의 희망사다리가 단 두 번의 승진인사를 통해 일선 직원들의 마음에 깊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 "시범케이스라 어깨 무거워…최선 다 할 것" = 지난 13일, 서기관 승진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손순희 강남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이하 납보관)의 자리엔 곳곳에서 보내온 화분들과 축하 메시지 등이 가득했다.
납보관실 한쪽 벽면에는 손 납보관의 승진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담긴 플랜카드도 걸려있었다.
손 납보관은 "1957년생으로 사실 일선에 근무하고 있어 승진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뒤 "시기상(명퇴연령이 2년 앞당겨져) 세무서장으로는 일할 수는 없지만 남은 공직생활동안 다른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퇴시기가 앞당겨져 속상한 측면이 있냐는 질문에는 "38년을 공직에 몸담았는데 명퇴시기가 2년 앞당겨진 게 무슨 대수냐"며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손 납보관도 순수하게 일선 세무서에서만 근무해서는 서기관으로 승진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승진은 일선에서 했지만 그전에 본·지방청에서 근무한 경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손 납보관은 "강남세무서에 오기 전 서울지방국세청에서 3년을 일했다"면서 "순수하게 일선 세무서에서만 근무했으면 이런 결과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손 납보관은 "일선에서 서기관으로 올라선 '시범케이스'인 것 같아 어깨가 무거운 면이 있다"며 "일선 현장에서 승진을 바라고 있는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늦었지만 메리트 있는 승진…"나는 왜 안시켜주는거야" = 1957년생 '백전노장' 2명이 일선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하자, 자신은 시기를 놓쳤다며 승진의 꿈을 버린 직원들의 마음도 다시 요동치고 있다.
특히 손 납보관과 김태근 납보관이 곧 지서장으로 발령 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해 볼만 한 승부'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일선 과장은 "지서장이 말이 지서장이지, 관내에서는 세무서장과 다를 바가 없다"며 "공직의 마무리를 지서장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58년생, 59년생 등은 이제 승진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나이이긴 하다. 하지만 서기관으로 공직을 마감하면 연금도 다소 오르고, 그동안 해보지 못한 위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선 과장은 "처음엔 57년생 두 분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킨 것을 보고 나이가 애매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마무리를 지서장으로 해준다니 부러운 마음이 든다"며 "나도 비슷한 보직 경로를 거쳤는데 나는 왜 안 시켜 주는 거냐"고 부러운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승진인사를 놓고 '납세서비스'를 강조하는 임 국세청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 일선 과장은 "일선 승진자 두 분은 57년생이라는 공통점 외에 현재 납보관이라는 점도 같다"며 "임 국세청장이 취임 이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납세서비스와 가장 관련 있는 보직이기 때문에 승진할 수 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 개방형 납보관 채용 등 임 국세청장이 강조하고 있는 납세서비스 강화에 따른 일환으로 앞으로 납보관실이 승진 명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