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압박 서브프라임 때보다 훨씬 심각
"저소득 가구, 부채의 덫에 빠졌다"
가계에 대한 채무 압박이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에 비해 2배 이상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의 처분 가능 소득 대비 금융 부채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2%포인트 감소한 반면 실질적인 채무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원리금 상환액은 18.1%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0년 가계금융조사가 시작된 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21%(5.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 수준이다. 2010년 이후 소득은 25.8% 늘었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68.3% 폭증했다.
미국의 경우 2006년 상반기 주택 가격이 정점을 찍은 후 2007년 하반기부터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늘기 시작했다. 이후 주택 가격 하락과 가계 연체율은 상승하면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다. 당시 미국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13.2%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빚 부담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1분위 가구의 처분 가능 소득은 6만원 증가한 반면 원리금 상환액은 12.7배인 76만원 급증했다.
또 금융 부채가 있는 1분위 가구의 소득은 25만원(2.6%) 증가에 그쳤지만, 금융 부채는 22배인 550만원(21%) 증가했다. 소득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이 277%에서 327%로 증가한 것이다.
김기준 의원은 "거의 4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빚을 갚아야 빚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소득 가구는 사실상 빚이 빚을 낳는 부채의 덫에 빠진 것이다"고 우려했다.
김기준 의원은 "금융 규제 완화 및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한국 경제는 가계 부채의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고 있다. 부채가 아니라 소득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