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당 순이익 급감…스마트폰 등 비대면채널은 급증
영업채널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혁신서비스 강화해야
저금리·저성장의 장기화와 IT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에 전통적인 은행의 영업채널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점포 위주 영업채널로 몸집을 불린 은행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혁신적인 채널 재편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의 채널·점포 효율화 방안 및 정책의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금융거래 중 비대면 거래가 전체의 88.4%에 달하는 가운데 2013년 6월말 현재 국내은행 전체 점포 7704개의 약 10%인 737개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영업채널의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변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기기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은행 고객의 금융거래 이용습관이 기존 점포채널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이 되면 온라인(모바일, 인터넷)의 비중은 채널/유형별 판매 자문 접촉 비중에서 40%, 채널 유형별 거래 이용비중에서는 66%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점포수는 2014년 6월말 현재 7451개이며, 2012년말 대비 247개(3.2%) 감소했다.
이 같은 국내은행의 부실점포 통폐합에도 불구하고 점포당 당기순이익은 2013년 말 5억9000만원으로 전년대비 51.6%(6.3억원) 감소했는데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20억9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2013년 점포당 순이익 5억9000만원은 카드대란이 발생했던 2003년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영업채널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스마트폰 방식의 모바일뱅킹 등록고객수가 2010년 260만명에서 2013년 3716만명으로 불과 3년만에 14.3배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전 세계적인 것이어서 글로벌 은행들도 비대면채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서 연구위원의 전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은행들은 비대면채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기존 점포망을 빠르게 정비해 나가고 있다. 씨티그룹이 점포망을 54.8%, HSBC가 37.0% 줄인 부분이 이를 대변한다
이들 글로벌 은행들은 남아 있는 점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점포망을 거점점포(Hub)를 두고 그 주위의 점포들은 최소 인력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익스프레스 점포(Spoke)들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
또 은행의 인터넷 채널은 홈페이지를 통해 제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에서 은행과 고객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초기 인터넷 전문은행은 인터넷 환경에서의 은행서비스 성장을 과대평가해 비대면 채널만을 고수했다가 대부분 폐업을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비대면 채널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안정적인 고객기반 확보, 해외 진출 등을 진행하며 비교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서 연구위원에 따르면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NAB는 다이렉트 뱅크 사업부문 자회사로 UBANK를 설립했으며, 스카이프와 일반 전화로 24시간 상담센터를 운영해 비대면 채널의 단점 보완했다.
또 네덜란드의 ING 다이렉트는 클릭&콜 서비스와 카페 개설 등을 통해 대면채널을 병행하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진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 영업채널 전략의 문제점과 관련 경영적인 측면에서 ▲인터넷/모바일뱅킹의 수익모델 부재 ▲온라인 전용상품의 종류 미흡 ▲CD/ATM에 대한 중복 투자를 들었다.
또 규제와 감독측면에서는 ▲채널별 가격차별 제한 조치 ▲콜센터 기능 제한으로 운영 효율성 저하 ▲계열사간 정보공유 제한으로 콜센터의 마케팅 기능 악화 등을 꼽았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계열사 간 정보공유를 제한하는 법안이 마련되고 있어 금융회사의 마케팅 수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점포 운영방식의 변화를 주어 일부 글로벌 은행의 사례처럼 거점점포와 위성지점을 두는 등 점포망의 재편이 필요하다"며 "점포의 형태도 미국 엄콰은행(Umpqua Bank)이 지점들을 상점으로 변모시키고, 프랑스의 BNP 파리바가 오페라 극장이 밀집된 파리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라운지 형태로 점포를 설치 운영했듯 혁신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복합점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혁신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국내은행은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시행한 후 1~2년 안에 포기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혁신점포를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역설했다.
서 연구위원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대면채널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정규 직원이 직접 만나 실명을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혁신점포 등도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문인식이나 화상통신 등을 통해 본인 확인이 가능한데도 실명제법을 완화할 경우 대포통장 등을 이용한 금융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우려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