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학계·전문가와 연구 수행
북한에 은행 설립이 가장 중요한 과제
조세 저항 위험…민간 자금이 바람직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주요 정책 과제로 연일 강조하며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18일 금융위원회는 학계 및 통일 분야 전문가들과 '통일 금융의 역할 및 정책 과제'를 연구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통일에 소요되는 재원은 20년 동안 약 500조원으로 추정되며, 이를 세금이 아닌 민간 투자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 북한 주민들 은행 불신, 예금자 보호 제도 설립해야= 독일과 베트남 등 해외 통일 사례를 볼 때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경제 통합이다.
1990년 서독과 동독은 4대1의 비율로 화폐통합을 이뤘으나 이후 임금이 오르고 기업의 채산성 약화와 실업 문제가 나타나며 기업들이 무너졌다.
이동훈 금융위원회 금융시장분석과장은 "독일의 연구 결과 화폐 교환 비율은 나이와 지역을 고려하는 등 매우 정교하게 이뤄졌다. 경제력 격차를 비교해 적용하는 것은 매우 정확한 방법이나 훗날 후유증이 컸던 점을 볼 때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큰 숙제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이 은행의 설립을 통한 간접금융 조달이다.
정부가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결과 북한의 주민들은 현금이 생겼을 때 암시장에서 중국의 위안화나 달러로 교환해 집에 숨겨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행을 신뢰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북한의 화폐가 어떻게 될 지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을 설립할 경우 100% 예금 보험 제도나 송금과 결제에 따른 편리성을 주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연구진들은 보고 있다.
□ 독일의 조세 저항, 해외 자금 유치 필요해= 독일의 통일은 정치 주도적이고 급진적이었던 반면 베트남은 경제 주도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이뤘다.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은 경제 성장을 토대로 하는 통일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이용해 통일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동훈 과장은 "정부 재정으로 통일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법인세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조세 저항에 부딪쳤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통일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 세금 충당과 민간 투자는 약 10배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동훈 과장은 "예를 들어 서울과 평양 사이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할 때 산업은행이 펀드를 조성하거나, 중소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은행이 참여하는 등 방식이 될 것이다. 사업성이 있을 경우 해외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의 통일 재원 중 약 55%는 산업은행에서 조달했다. 한국의 경우 약 50~60% 충당이 가능한 것으로 연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