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 이기를 마치지 못한 채 18개월만에 원장자리에서 물러났다.
최수현 “눈총·불만·비판, 감독당국이 견뎌야하는 불가피한 과정”
동양사태와 개인정보 유출, KB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18일 물러났다.
지난해 3월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18개월 만이다.
최 원장 본인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KB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수현 원장은 이날 오후 5시 금감원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연이은 금융사고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을 전한다"며 "다시는 후진적인 금융사고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이임사는 오래 전에 써놓은 것을 일부 수정한 것이라며 이전부터 사퇴할 의사가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적당히 하는 관행을 바로 잡고 법과 원칙에 의한 금융질서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에 대한 따가운 눈총,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 등 파열음이 많이 났다"며 "파열음, 즉 요란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시장이 살아있고 제도가 움직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과 산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고 금융감독원이 변화를 이루기 위해 소리가 나는 것은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연의 시간이고, 규제·검사·제재를 책임지는 감독당국이 참고 견뎌내야만 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 원장은 올해 금감원 국정감사 때만 해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힌데다 지속적인 대외활동을 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 금감원 내부에서 연말 인사만 넘기면 임기를 채우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감사 이후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는 등 대외 활동을 지속하던 최 원장이 사퇴한 배경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국정감사를 마치면서 악재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금융사고가 최 원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동양그룹 사태로 시작된 금융사고는 올해 초 사상 최악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어졌고,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건을 두고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알력싸움으로 불거진 KB사태가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월에 시작된 KB사태는 최종 징계가 결정되기까지 6개월이나 걸린데다 징계 수위마저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KB사태에 대한 최수현 금감원장의 책임론이 거셌고, 지난 9월에는 경질설마저 나돌기도 했다.
동양사태도 최 원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2조원에 가까운 투자자 피해를 입힌 동양그룹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불완전판매에는 금융당국의 업무태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감사원도 동양증권의 회사채 불완전 판매 행위 관련 금감원이 지도·검사 업무를 태만히 했다며 담당 국장과 팀장에 대한 문책을 최 원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더해 모뉴엘 사태가 정점을 찍었다.
매출 1조원을 훌쩍 넘기고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중견기업이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한데다 금융권 여신이 7000억원에 달하면서, 금감원이 이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