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엔 10억짜리 집보다 현금 10억이 효자

"은퇴에 임박한 베이비붐 세대는 주로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며 '부(富)'의 또 다른 중요 요소인 '현금흐름'을 간과해왔다. 고령화 시대에 안정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려면 이런 고정 관념을 바꿔야 한다."

저출산과 기대수명의 연장 등으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준비는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현재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주로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해 왔다. 그래서 이들은 '부의 축적'을 '자산(부동산 중심)의 축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짙다. '부'의 또 다른 중요 요소인 '현금흐름'은 간과해 온 것이다.

이에 박기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입을 열었다.

박 소장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연금을 통해 소득을 확보해 별다른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노후 준비의 핵심은 죽는 날까지 매월 안정적으로 소득이 발생할 수 있도록 '평생소득'을 마련해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의 축적보다는 평생소득을 확보하는 노후준비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금 흐름 간과하면 가난한 부자"= 박 소장은 평생소득의 장치로 연금과 부동산의 현금화를 꼽았다. 은퇴 후 매월 일정한 소득을 얻고 싶을 경우 연금만큼 안정적인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연금은 보통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현재 이것만으로 충분한 노후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추가적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 소장은 "만약 은퇴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있다면 월납식 개인연금을 준비하면 되고, 은퇴가 임박했거나 이미 은퇴한 경우라면 즉시연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맡기면 그 다음달부터 곧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인데, 연금은 죽을 때까지 종신토록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수리스크까지 대비할 수 있는 최적의 금융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평생소득을 확보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박 소장은 '부동산의 현금화'도 언급했다.
 
그는 "부동산은 노후생활 자산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상가나 오피스텔처럼 임대용 부동산으로 일정한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투자가 성공한 경우에만 그렇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은 입지나 상권, 경기 동향의 변수 등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칫하면 부동산 자산은 많으나 당장에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은 없는 '가난한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 따를 수 있는 노후에는 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보다 현금 10억원이 더 유용한 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빨리 자신에 맞는 절세 상품 찾아야"= 현재는 저성장·초저금리 시대로 노후자금 규모를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적극 활용해야 할 상황이다.

박 소장은 "이를 위해서는 같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상품이라도 세금의 차이로 실제 수익률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절세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연금보험은 가입 후 5년 이상 납입·10년 이상 유지하고 관련 세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보험차익이 비과세된다.

보험차익이 비과세된다는 것은 보험차익에 대해 이자소득세 15.4%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또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을 활용할 수 있는데 연금저축이란 5년 이상 납입하고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으로 납입한도는 1800만원이며, 납입금액 중 연간 400만원까지는 13.2%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박 소장은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모두 판매하고 있지만 평생소득으로 활용 가능한 종신형은 보험사에서만 취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그는 "노후자금 준비는 장기투자이기 때문에 장기투자의 큰 적(敵)인 물가상승률을 헤지할 수 있는 투자형 상품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변액보험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이기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액보험도 5년 납 이상·10년 유지하는 등 관련 세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보험차익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단, 보험상품이기 때문에 가입 초기에 사업비가 일부 차감되며, 투자형 상품이므로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박 소장은 "하루라도 젊을 때 빨리 시작해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노후자금 확보는 여러 생애재무 목표 중 가장 긴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돈을 모을 때에도 1~2년 단기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연금보험과 복리예금 등에 10년 이상 장기간 투자하면서 복리효과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의료·간병비 증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공적 건강보험만으로는 치료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실손보험 등 관련 보장성 보험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생애의료비 중 절반 이상은 65세 이후에 지출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75세 이상으로 접어들면 치매나 장기요양 상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준비가 소홀할 경우에는 본인의 노후자금 뿐만 아니라 가족의 경제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액보험 운용 성과 가입자에 달려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액보험의 운용 성과가 펀드를 운용하는 보험사 또는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실제 변액연금 가입자 자신이 향후 받게 될 연금액의 크기는 가입자 자신이 좌우한다"면서 "가입자의 투자결정과 행동은 보험사나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영역 밖에 있는 것으로 투자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요즘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변액보험이 주목 받고 있는데 투자실적이 보험계약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 소장은 "투자환경과 개인의 재무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면서 "변액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은 긴 시간과 인내심을 각오해야 하는 장기투자를 결심한 것과 다름없다"고 당부했다.

변액연금은 장기간의 투자활동인 만큼 중도의 환경 변화에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의 상황과 개인의 재무상황에 따라 변액보험의 중장기적 자산배분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는 펀드변경제도를 마련해 놓고 1년에 12회까지(보험사 별 상이) 수수료 없이 펀드를 변경하고 시장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잦은 펀드 변경은 수익률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박 소장은 변액보험의 추가납입 제도를 활용할 것도 소개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변액보험이 추가납입의 경우 납입보험료의 사업비가 적게 들어간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연금 개시 이후에도 정해진 이율이 아닌 펀드의 성과에 따라 적립금이 운용돼 연금액이 달라지는 변액보험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는 변액보험 상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으므로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잘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만약 변액보험 가입으로 연금 수령까지 생각하고 있을 경우에는 사실상 수십 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해 여러 가지 경제적 위기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보험사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