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예산안 본회의 법정 처리시한을 이틀 남겨둔 채 여야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여당이 가업상속공제 및 3대 패키지 법안을 정부 원안대로 의결할 것을 주장했고, 야당이 부자감세, 재벌특혜라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예산부수법안이 1일 0시부터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돼 야당이 반대하는 가업상속공제 법안 등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전 열린 조세소위는 여야간 가업상속공제 등 정부안 의결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열린지 10분도 안돼 정회됐다.
이날 여당은 지난 28일 여야 원내대표에 의해 서명된 합의문에 따라 가업상속공제 확대 및 기업소득환류세제 등도 합의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원안 의결을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여야 지도부간 합의된 내용은 대기업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 폐지, 대기업 R&D 당기분 공제율 인하, 담배 개별소비세 신설과 관련 소방안전교부세 신설 등 합의문 원문에 있는 내용에 국한된다며 세법은 조세소위에서 따로 논의할 안건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대기업 세액공제 축소를 통한 누리과정 예산마련과 담뱃세 인상폭 등에 대해 합의하고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합의안의 해석을 둘러싸고 여야간 갈등이 벌어졌으며 결국 조세소위의 파행으로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의 입장차를 드러냈다.
.banner_box_wrap{display:none;}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기재위원들은 "지난 28일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문 정신은 세법 분야에서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와 가업 승계 관련 상속세 등도 합의 처리한다는 것"이라며 "야당에서 이 부분은 합의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 의견이 나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과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이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세소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야당 조세소위 위원들과 함께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세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배당소득증대세제 역시 조금도 원안에서 고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문에서 나온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조세소위 차원에서 논의가 되어야 하지만 여당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독재시대와 같은 발상을 하고 있다. 세제 논의는 국회의 권한인데 이를 무시하는 정부와 여당에 유감이다"라고 덧붙혔다.
조세소위 야당 관계자는 현재 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여당의 양보가 없을 경우 정부안대로 통과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여당은 야당 의원들이 조세소위에 들어와서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정부안 원안대로 의결하지 않으면 소위를 열지 않겠다고 한다"며 "야당이 조세소위에 들어가지 않아 이대로 정부안 예산부수법안이 부의된다면 그것 또한 야당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여당이 하자는 대로 정부안을 원안대로 의결하거나 이대로 조세소위를 열지 않아 예산부수법안이 자동부의되거나 결과는 같다"며 "야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고, 결국 여당을 설득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강석훈 조세소위원장은 담뱃세 종가세 도입에 대해 "수입담배에 비해 국내 담배의 세부담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종량세를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밝혔다.
종가세란 물품 가격에 일정 비율로 매기는 세금을 말하고, 종량세란 물품 가격에 일정 금액만큼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담배에 종가세를 매길 경우 담배가격이 비싸질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돼 종량세보다 소득재분배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종가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산보다 출고가가 싼 수입담배가 국내로 무더기로 수입될 우려가 있어 종량세를 도입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어왔다.
올해 종교인 과세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서는 "종교인 과세는 아직 더 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