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계열사 합병, 사업조정, 주식상장 등으로 지난 1년 동안 순환출자 고리 20개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는 18일로 예정된 제일모직 상장으로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순환출자 구조로 꼽혀온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가 16년 만에 사라질 전망이다.
재벌닷컴은 15일 ‘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의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30개에서 제일모직 상장 이후 10개로 1년 사이에 20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순환출자’는 A사→B사→C사→A사 형태로 이루어진 출자구조를 이르며,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막대한 계열사 자산을 투자 등에 활용하지 않고 계열사 지분 확보에 묶어둔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다.
조사 결과 삼성그룹은 지난해 ‘순환출자’ 고리 30개 중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으로 10개 ▲삼성생명의 삼성물산 지분 처분으로 6개 ▲ 삼성카드의 제일모직 주식 처분으로 7개 등 모두 23개를 줄였다.
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을 올해 6월 삼성화재에 넘기면서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신규로 생겨났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환상형 순환출자’로 꼽혀온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진다는 점이다.
삼성카드가 1998년 제일모직(당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취득하면서 형성된 이 출자 고리는 그동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대표하는 순환출자 형태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이달 18일 제일모직 상장과 함께 삼성카드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 5%(624만여주) 전량을 구주매출 형식으로 처분하면서 이 순환출자 고리도 사라지게 됐다.
이와 함께 삼성카드를 매개로 형성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카드→제일모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 등 순환출자 고리도 끊기게 됐다.
이처럼 순환출자 고리가 줄면서 삼성그룹은 향후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출자관계 해소(금산분리),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남은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자관계를 해소하고 남은 10개 순환출자 고리 중 9개가 비금융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 간에 연결된 데다, 순환출자 고리에 연결된 계열사들이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회사들이라는 점에서 해법을 찾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금융-비금융 계열사간 순환출자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 보통주 기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1.09%)과 삼성물산 지분(4.65%) 등이 걸려 있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경우 보험업법 개정을 전제로 해결해야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 회사인 데다 주가도 매우 높아 지분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족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 지분(보통주 기준)은 이건희 회장이 3.38%,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7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0.57% 등 대주주 일가족이 4.69%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특수관계인이 13% 가량 갖고 있다.
또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이 20.76%, 이재용 부회장이 0.06%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일모직과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특수관계인이 26% 정도를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