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문 뒤에선 어떤 일이? = 국회법상으로는 공개이지만 사실상 굳게 문을 닫고 진행되는 조세소위. 국민 한명 한명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세법을 심의하는 조세소위는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일까. 국민의 재산권에 서늘한 칼날을 들이대는 세법은 그만큼 신중하고 깊은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정말 그런지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2~3달 뒤에나 공개되는 회의록을 볼 때면 이미 세법은 본회의를 통과하고 난 후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조세소위는 국회법상 '공개'로 분류된다. 원칙적으로 속기사가 동석해 모든 발언을 기록해 국회 회의록시스템에 공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조세소위 속기록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 회의 직후 속기록이 공개되지 않고 일정 정도의 정리과정을 거쳐 약 한 달 정도 후 일반에 공개된다.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때 열렸던 조세소위 회의록도 올해 2월이 다 되어서야 공개됐다. 정리하면 올해 정기국회 당시 조세소위에서 논의된 내용이 궁금하다면 내년 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법정시한까지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자동부의시켜 처리하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조세소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핵심'은 모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들과 여야 원내대표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여야의 막판 딜은 공식 '의사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속기사가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담뱃값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는 법안이나 R&D(연구·개발)투자세액공제 축소, 가업상속공제 기준 확대 등의 중요한 법안들이 합의됐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가장 큰 이슈였던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조정,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을 놓고 여야가 막판 밀실협상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는 잊혀졌다.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종교인 과세도 지난해 통과가 불발되고 나서야 속기록이 공개, 뒤늦게 실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12월 조세소위 회의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 15번에 걸친 조세소위 회의에서 종교인 소득에 관한 논의는 지난해 12월18일 5차 조세소위와 23일 8차 조세소위 2번 뿐이었다.
여야가 막판 협상으로 결론내렸던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하향조정에 대한 논의는 24일 9차 조세소위 때 달랑 한 번 논의됐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지난해 열렸던 조세소위 회의록에 기록된 종교인 과세와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하향조정 논의 부분을 발췌해 재구성했다.
#1. 2013년 12월18일 5차 조세소위 회의실 '종교인 과세' 관련
A 의원 : 우리 지역의 목사님이 B지역의 대표 목사인데 나한테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안하기로 했다는데 여당인 A의원은 극구 주장하고 있다"고 했어요. 민주당은 안 하기로 했어요?
B 의원 : 그런 것도 아닌데요.
A 의원 : 지금 한기총에서도 연락왔는데 자기들이 동의해 준 적 없다는데요. 나는 이거(종교인 과세) 하기 힘드니까 내일 한기총 대표 또 다른 대표들 다 오시라고 그래요.
C 의원 : 그분들 오시라고 하면 (반대한단) 입장이 강경해지고요. 이 문제는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이번에 안 하면 못 합니다. 언론에서 다 하는 것으로 이미 나갔는데 (이번에 안하면) 조세소위가 텀터기 쓰는 거예요. '종교계에 쫄아가지고 못했다'고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냥 하시지요.
A 의원 : 이것(종교인 과세)은 원하는 단체만 우선적으로 하자고요. 원하는 단체만 우선적으로 (세금을) 내면 (세금을) 안 내는 단체는 미안할 것 아니에요? 그러면 자기들도 나중에 내자고 하겠죠. 지금도 원하는 단체만 내고 있다니까요. 가톨릭하고 몇 군데는 지금 세금 내고 있어요.
B 의원 : 그러면 여기 있는 모든 세법 모두 원하는 데만 내야죠.
D 정부 관계자 : 저희가 어렵게 이끌어 낸 안이기 때문에 정부안대로 해주십시오.(종교인 과세 통과시키자는 얘기)
A 의원 : 합의가 안 됐다니까요. 내 생각은 이미 내고 있는 단체가 있으니까 앞으로도 내고 싶은 단체만 내라 이거예요. 우리가 제도를 마련해 줄테니까 말이죠.
C 의원 : 여기 위원들이 거의 (종교인 과세에) 반대를 안 하시는데 그냥 (처리) 하시지요.
A 의원 : 지금 다 반대 안 하는거예요? E의원, F의원 두 분 기독교 아니에요?
B 의원 : 하여튼 원칙적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하고 결론은 다음에 냅시다.
# 2013년 12월23일 8차 조세소위 회의실 '종교인 과세' 관련
A 의원 : 주말에 종교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종교인 소득이란 항목을 하나 만들어 달라, 그러면 자기들도 명예롭게 할 수 있으니까. 이것을 2월달까지 계류해서 종교단체하고 부과방식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이 어떨까요?
C 의원 : 언론에서 굉장히 주목했던 사안이고 지금도 주목하는 건데, (통과가 안되면) 텀터기는 우리 조세소위가 다 쓰는 거예요. 종교계 눈치 봐 가지고 미뤘다는 식으로요.
E 의원 : (2014년) 2월달에 검토를 한다면 좋지만 이것은 정부와 여당이 책임을 져야죠. 야당이나 국민들이 언제 종교인 과세를 하라고 했어요? 자기들이 의욕을 가지고 개혁한다며 종교인 과세한다고 만들어 가지고 말이에요.
A 의원 : 거기에 여당은 포함 안돼요. 아니, 이걸 정부가 가져와서 여당을 물 먹이는 것 아니에요. 완전히 여당 물 먹이는 거죠. 여당하고 종교단체하고 뭐 편 갈라놓을 일 있어요?
(정부안을 수정해 의원 발의를 하자는 얘기가 진행되자)
F 의원 : 아니, 정부가 두들겨 맞을걸 왜 우리가 대신 두들겨 맞아요. 나는 자신 없어요.
B 의원 : 정부가 어렵사리 만들어 왔으니까요.
A 의원 : B 의원, 이거 지금 하자는 거예요? 아니, 지금 분명히 하자는 건지(말해달라) 내가 기독교한테 이야기하려고 그래요. B 의원이 찬성한다고요.
E 의원 : (비꼬는 투로)잘한다. 일이 되게 해야지 (동료 의원한테) 공갈협박이나 하고 앉아 있고 말이죠. 이번에 이거 채택해 줍니까?
G 의원 : 이번에 하면 되는거 아니에요.
A 의원 : 2월달까지 (종교계) 대표자들 불러모아서 한번 회의를 해야죠. 회의를 해가지고 나중에 이상한 목소리 또 안 나오도록 해야죠. 그렇게 합시다.
G 의원 : 괜히 시간 썼네요.
(2월에 처리하는 것으로 결론)
# 2013년 12월23일 9차 조세소위 회의실 '소득세 최고과표구간 하향조정' 관련
E 의원 :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해야 돼요. 왜 그러냐면 소득세수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는데는 전혀 이론(이견)이 없고 그쪽 바향으로 가야 되는데 다른 것을 손대려면 기본적으로 고소득자가 조금 더 세금을 내주는 모습을 갖춰줘야 됩니다.
G 의원 :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조정하고 각 소득 계층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 비교를 하면서 얘기를 해야지 그냥 1억5000만원이냐, 2억원이냐, 2억5000만원이냐 얘기를 할 수는 없지 않냐고요.
A 의원 :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고소득층 세 부담이 굉장히 늘어나요. 우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니까요.
(정부에서 가져온 자료를 토대로 논의를 이어가다가)
F 의원 : A 의원은 (소득세 최고과표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하고 (세율을) 40%로 하시자는 거예요? 그러면 좋다 이거예요. 1억5000만원에 40% 하시는 것, 동의해요?
A 의원 : 1억5000만원에 40%는 아니죠. 3억원 이렇게 올라야죠.
G 의원 : 어느 정도 얘기를 하다가 적어도 세율체계 조정을 (해야죠). 지금 이게 흥정하는게 아니잖아요. 세율 가지고 흥정합니까?
(고소득층 세금 부담이 급증하느냐 여부를 가지고 논의를 하다가)
A 의원 : 민주당 안으로 우리가 더 고려하겠다는 거예요. 과표 주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합리적이에요. 내가 볼 때는.
G 의원 : A 의원은 당에서 정한 것도 아닌데 정한 것 같이 얘기하시면 어떻게 해요. 과표구간은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소득세 최고세율) 38% 만들 때도 기억하시잖아요. 저는 그 과정을 다 알고 있고 그래서 그 때도…. 속기록 때문에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하여튼 그 과정을 다 알고 있고 그것도 막았어야 합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안, 근로소득공제율 조정하는 안과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증가할 것이란 논의가 길게 이어졌음)
C 의원 : (근로소득공제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왔느냐 하면 근로소득 하위구간, 500만원 축소하는 것으로 인한 세금증가를 흡수하려고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안을 만들어 왔어요. 그런데 확대안을 보면 지금 되게 웃깁니다. (정부안을 쭉 설명함)
A 의원 : 왜 그런 지저분한 안이 나온 줄 알지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니까 중산층 폭탄이라고 막 공격이 들어온거에요. 그래서 중산층 폭탄을 없애기 위해서 그게 나온거에요. 자 이거 이렇게 정리합시다. 각자 얘기했으니까 대강 알았잖아요. 어쨌든 두 가지(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하향조정과 세액공제 전환)를 동시에 조정하는게 어떨까요?
('예' 하는 의원이 있음. 다음 논의로 넘어감)
기획취재팀 : 이희정, 이현재, 강상엽, 류성철, 우선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