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관련, 22일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통진당과 야권연대에 나섰던 새정치민주연합을 겨냥해 '낡은 진보와의 절연 선언'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연말정국 내내 수세에 몰렸던 여당이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야권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통진당 해산 결정이 국정농단 의혹을 덮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수편향의 헌재 재판관 구성을 문제삼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과 관련, 새정치연합을 향해 "집권만 위해 통합진보당과 연대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종북과 헌법 파괴를 일삼는 낡은 진보세력과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법치국가로 유지돼 국민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그 어떤 세력도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건전보수 대 건전진보의 경쟁을 벌여 국민 선택을 받도록 해서 정치안정을 꾀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김 대표는 통진당 당원들이 해산 결정에 불복, 장외투쟁을 선언한 것을 지적하며 "정부는 어떤 경우라도 법에 의해 해산된 통진당 당원들의 장외 불법투쟁을 강력한 공권력으로 막아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헌재 판결에 대한 불복 움직임이 있어 대단히 걱정"이라며 "삼권분립 체제하에서 헌재 판결에 불복하면 헌정질서와 나라 근간을 무너뜨려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은 대한민국 자체다. 헌재 판결은 마땅히 존중되어야하며 그 어떤 부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시대착오적 인식과 철 지난 이념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는 국민이 선택할 문제다. 국민은 그만큼 성숙했다“며 ”정부여당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비선실세 국정농단이 덮일 것이라 기대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문 위원장은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헌법 가치의 요체는 양심의 자유이고 이 중 가장 극명한 표현은 정당 설립의 자유와 언론 출판 결사 집회의 자유다. 더 신중해야 하고 결코 정치적이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 후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세계 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가 헌재 결정문을 보내달라고 했다는데, 우리 민주주의 수준을 국제사회가 검증하겠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결정이라 했지만 그 말이 공허한 것은 지난 2년 선거와 정치개입으로 국기를 문란하게 한 국가기관, 극도로 위축된 언론자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지금도 대통령 앞에선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는 여당, 불통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을 목도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헌법재판관 구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시대정신과 같이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대표하고 있는 것인지 권력구조 재편과 재판관 구성방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방식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 한 명씩 결정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과연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헌재의 중의성을 고려할 때 재판관의 구성 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