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오른쪽).(사진 = 김용진 기자)
'사실무근' 공식 명분…폐쇄적 리더십 속 '문고리'에 의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국민들의 인식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의혹의 당사자들인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대한 '경질'요구는 거부해 논란이다.
이는 곧 현재의 국정운영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써 '문고리 권력 체제'의 유지를 넘어 '공고화'라는 지적이 여권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 朴 대통령, 문고리 의혹 '두둔'하며 권력 유지·강화 = 박 대통령은 전날(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에 대해 "특히 이번 문건 파동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탈함을 드린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요구에 대해 "정말 드물게 사심 없는 분"이라며 "당면현안들을 먼저 수습하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고 보류 의사를 밝혔고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는 "교체할 이유가 없다", "의혹을 이유로 내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들을 적극 변호, 두둔하면서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주장해온 인적쇄신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인적쇄신을 거부한 배경에는 문건 파문의 검찰수사 결과가 '사실무근'이라는 공식적인 명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과 이들의 관계가 역대 대통령들의 참모들과는 다른 특수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 문고리 3인방, 朴 대통령 폐쇄적 리더십 수혜층 = 특히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대한 대통령의 '무한신뢰'는 당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더 정확히 따지면 대선 당시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이춘상 보좌관까지 '4인방'이었다.
대선 전부터 당에서는 이들을 '4대 천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달성대첩'을 통해 국회의원 첫 배지를 달 때부터 보좌를 해오며 손발이 된 최측근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고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측근들의 배신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폐쇄적' 리더십으로 발현되면서 이들에 대한 신뢰는 무한대로 됐다는 평가다.
당 핵심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대통령한테 그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며 "실제 가족보다 더 많이 알고 가깝다. 의혹이 사실이면 자르겠지만 의혹만 갖고 쉽게 내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통 역대 대통령들 측근들은 자기가 모시는 대통령의 안위와 성공을 위해서도 '충성'을 보이지만 자신의 정치적 길을 위해서도 일을 한다"면서 "하지만 그 측근들은 박 대통령 하나만 생각하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인 건 분명하다. 그래서 더 대통령이 의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 당시 '최고위기'를 선거운동 막판에 사망한 고 이춘상 보좌관의 사고를 꼽을 정도"라며 "그 4명이 대통령의 일정과 발언, 정책, 신상 관리 등 모든 것을 조율했다. 4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하려니 잡음(국정농단 의혹)이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정치인이 될 때부터 함께 해온 사람들이고 의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들 없이는 솔직히 업무가 안 될 수도 있다"며 "오히려 국정 마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대통령 사과엔 해결책 도출이 '상식'…"문고리 권력만 더 몰아준 꼴" = 하지만 이들 3인방이 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해 관련이 없고 의혹이 사실무근이라 해도 논란이 크게 벌어진 이상 책임지는 차원에서라도 일정 정도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는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수반될 때 진정성을 가질 뿐 아니라 국면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업무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대통령들의 사과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 돌파하는 게 상식이다. 그래서 싫어도 인적쇄신을 하고 정책을 전환하거나 미루거나 한다"며 "근데 이번 대통령의 사과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말로만 사과했다고 국민들은 여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 내에서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당 핵심 인사는 "이렇게 가면 국정난맥은 계속 되지 않겠나"라며 "의혹이란 게 실제 그 당사자가 힘이 있으면 계속 나오게 마련이다. 오히려 그들에게 힘만 더 몰아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