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안 놓고 지방청-납보위-세무서 '다른 판단'
감사원 "명확한 기준없어…구체적 규정마련 필요"
세무조사 도중 다른 혐의점이 발견돼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 납세자보호위원회와 지방국세청, 세무서 등이 명확한 기준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지난 2012년 이후 처리한 업무 전반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예비조사와 현장감사를 실시한 결과, 세무조사 범위 확대에 대한 규정이 미비해 지방청과 세무서들이 제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국세기본법 시행령'에는 세무조사 범위 확대사유를 세금탈루 혐의가 다른 과세기간이나 세목 또는 항목에도 있어 조사가 필요한 경우나 명백한 세금탈루 혐의 또는 세법 적용 착오 등이 다른 과세기간에도 있어 조사가 필요한 경우로 한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명시되지 않았다.
'그 밖에 구체적인 세금탈루 혐의가 있어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명문화 됐지만 이에 대한 규정은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세무조사 범위 확대 규정으로 납세자보호위원회와 지방청 조사국, 세무서 등이 제각기 다른 기준을 입맛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한 예로 서울청 납보위원회에서는 접대성 경비를 복리후생비로 변칙처리한 주식회사 A사가 국세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다른 과세기간에서 관련 혐의가 확인되는데도 소액이란 이유로 조사범위를 확대하지 않았다. 반면 B사에 대해선 국세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조사범위를 확대했다.
비슷한 사건에 대해 납보위원회와 지방청 조사국장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서울청 납보위는 과세대상인데도 영세율 과세표준으로 잘못 신고한 주식회사 C사에 대해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조사범위 확대를 승인하지 않았지만 서울청 조사국장은 비슷한 잘못을 한 D사에 대해선 조사범위 확대를 승인했다.
세무서와 지방청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적발됐다. 구로세무서 등 12개 세무서에서 2013년 이후 가공경비 계상혐의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4개 업체만 조사범위를 확대하고 나머지 16개 업체는 조사 확대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청 조사국은 15개 업체를 임의 추출해 조사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15개 업체 모두에 대해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서울청 조사국 간에도 접대성 경비 부당처리 혐의 업체에 대해 7건은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3건은 조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등 명확한 기준없이 조사 범위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에 세무조사 시 조사범위 확대 제도가 형평성에 맞게 운영되도록 조사범위 확대 사유를 '국세기본법 시행령' 또는 같은 법 시행규칙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