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준 의원, '무역보험법 일부개정안' 발의…"금융감독 사각지대 해소"
모뉴엘 사태로 수천억원 손실을 입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금융당국의 감독 대상에서 빗겨나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무역보험공사도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모뉴엘 사태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무역보험공사에 대해 금감원이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4일 밝혔다.
모뉴엘 사태는 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 제조 기업인 모뉴엘이 허위매출채권으로 3조2000억원을 대출받은 뒤 6700억원을 갚지 못해 금융권 부실을 초래한 사건이다. 모뉴엘에 보증서를 발급해준 무역보험공사의 비리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전 금융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기준 의원에 따르면 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사 RG(선수금환급보증)보험에서 수조원대 보험금 손실을 입었다. 최근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 무역보험공사의 수출채권 매각 관련 보험계약액은 3400억원에 달한다.
무역보험공사는 보험금 손실이 계속되면서 천문학적인 당기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당기손실이 2조원이 넘는다. 2009년에는 1조2500억원의 정부 재정이 투입되기도 했다.
기금건전성을 나타내는 기금배수(기금조성액 대비 보험책임잔액)가 2007년 말 기준 27.4배에서 최근 모뉴엘 사태로 90배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기준 의원은 "무역보험공사에서 거액보험금 손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금융감독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무역보험법에 따르면 무역보험공사의 업무 감독 및 회계·재산에 대한 검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소관으로 돼 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의 수출 진흥 및 지원이 주요 역할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김 의원은 "모뉴엘 사태가 일어나자 금감원은 10개 거래 은행에 검사인력을 파견해 두 차례에 걸쳐 현장·서면검사를 실시했지만 산업부는 최근까지 무역보험공사에 대해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다"며 "2명의 직원이 무역보험공사 업무를 감독하고 있어 검사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뉴엘 사태 3개월이 지난 지난달 23일에서야 금감원은 산업부의 요청을 받아 무역보험공사에 검사역을 파견했다.
이에 김 의원은 무역보험공사의 금융업무에 대해 금감원이 검사를 벌일 수 있도록 무역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실제 수출입은행의 업무는 기획재정부 소관이지만 감독과 검사 업무는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행사하고 있다. 농협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도 각 주무기관이 감독권을 행사하지만 금융업무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검사 권한을 행사한다.
김기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무보의 보증 및 보험업무의 책임성이 강화돼 재정 및 금융건전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금융감독 사각지대가 해소돼 은행건전성 강화 등 금융안정성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김기준 의원을 비롯해 전순옥 의원과 이원욱 의원, 정청래 의원, 박남춘 의원, 이상직 의원, 김제남 의원, 이학영 의원, 김승남, 의원, 김성곤 의원, 김광진 의원 등 11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