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분노에도 기획재정부는 고집을 끝내 꺾지 않았다. 기재부는 연말정산은 약 4700억원의 소득세 감세 패키지라며 '꼼수 증세'라는 세간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4일 기재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연말정산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개정된 연말정산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고소득자의 세 부담은 늘리고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했다.
기재부는 연말정산의 개정으로 소득세수는 93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으며 5000억원은 근로장려금 확대에 사용하고 9000억원은 자녀장려금 신설에 사용하는 등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강화로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소득세수가 4700억원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기재부는 연말정산을 '소득세 감세 패키지'라고 주장했다.
□ "고소득자 세부담↑ 맞지만…예외있다" = 기재부는 기본적으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총 급여 7000만원 고소득 근로자의 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총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경우에 따라 평균 2~3만원 정도 세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가 시작되고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들이 생각보다 세 부담이 커지면서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고 기재부는 개인별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기재부가 제출한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이 동일하다고 봤을 때 공제항목이나 부양가족 수에 따라 편차가 발생한다.
다자녀 가구 중 6세 이하 자녀가 2인 이상이거나 지난해 자녀를 낳았거나 입양을 한 경우, 독신 근로자가 의료비 등 공제대상 지출액이 적은 경우, 사적연금 불입액이 있는 경우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세액공제는 6세 이하 자녀 1인 15만원, 2명 초과시 1인당 2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소득과 무관하게 일정한 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중산층 근로자(세율 15%)로서 6세 이하 자녀가 2명인 경우와 3자녀 가구는 기존보다 10만~40만원의 세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기존에는 다자녀 추가공제(자녀 2인 이상시 100만원+2명 초과 X 200만원)와 6세 이하 자녀양육비 소득공제(자녀 1인당 200만원)으로 6세 이하 자녀에 대한 공제액이 큰 편이었다.
독신 근로자의 경우는 근로소득공제 축소에 따른 세 부담 증가분을 표준세액공제(12만원) 및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 확대로 상쇄하지 못해 세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급한 불 끈다" = 기재부는 세부담 증가가 비교적 큰 자녀세액공제와 독신 근로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녀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출생·입양세액공제를 신설해 다자녀와 6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의 세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밝혔다.
별로 공제받을 것이 없는 독신 근로자를 위해선 표준세액공제를 상향 조정하며 12%인 연금보험료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부담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분납제도를 도입해 추가 납부세액이 10만원 이상인 경우 최대 3개월로 나눠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원 입법안으로 발의했다.
연말정산 방식도 개선해 간이세액표가 개인별 특성이나 실제 지출금액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간이세액표를 조정하고 연말정산 방식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연말정산시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2013년도 지출분까지 입력하는 등 상당히 복잡해 근로자들의 불만을 산 것을 감안, 입력항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재부는 이 모든 방안을 지금 당장 적용하는 것이 아닌 연말정산 결과가 나오는 3월 말까지 면밀히 분석해 구체저인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9일부터 가동중인 '연말정산 보완대책 T/F'를 확대·개편해 연말정산 관련 후속대책을 점검한단 계획이다. T/F팀은 기타 개정사항을 오는 4월 입법할 예정이며 법안이 통과되면 2014년 귀속 소득분에 대해서 소급적용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