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중소증권사, NCR 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 확충 절실
한국거래소 IPO로 중소증권사 몸값 올라 '매각 기회'
금융투자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의 M&A와 자진 청산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게다가 정부가 올해부터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대형증권사는 유리한 반면 중소증권사는 영업에 타격을 받게돼 M&A를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됨에 따라 중소증권사의 지분가치가 치솟게 되는 것도 M&A의 유인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경우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의 인수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오릭스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자베즈파트너스와 손잡고 현대증권을 1조원 가량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산업은행과 EY한영회계법인이 매각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KDB대우증권의 매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발표한 2015년 업무계획에서 올해 안에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수 후보로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KB금융그룹이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이다.
하지만 해외 자본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푸싱그룹은 LIG손해보험·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이후 국내 금융업 진출을 엿보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자진 청산에 따른 증권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한맥투자증권의 금융투자업 인가 및 등록을 취소했다. 한맥투자증권은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대량 손실을 내며 마이너스 317억원의 자기자본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여서 자진청산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기자본금이 37억원인 애플투자증권, 22억원인 비엔지증권도 짧은 시간 안에 자본금이 확충되지 않으면 자진 청산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M&A 시장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도 다수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사모펀드 G&A가 펀드 해산을 위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리딩투자증권은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M&A 시장에서 떠돌이 신세가 됐다. LIG투자증권은 LIG손해보험 매각과 맞물려 M&A가 진행될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인 NCR 기준을 완하됨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의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NCR 산정방식과 NCR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대형 증권사는 보유자산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자기자본 3000억원 미만의 일부 소형증권사는 NCR이 대폭 낮아져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같은 환경변화로 대형 증권사가 중소형 증권사를 적극적으로 M&A할 수 있는 유인요소가 생긴 셈이다. 더구나 증권사가 다른 증권사를 인수할 때 필요한 차입금은 영업용순자본 차감 항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NCR 하락 부담이 낮아지게 된다.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어 지분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중소형 증권사의 M&A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지분은 30여개 증권사가 각각 2~7.45%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거래소의 지분가치 상승은 자기자본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의 몸값을 올려주는 호재다.
삼성증권과 같은 대형사의 경우 한국거래소 지분가치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 불과하다. 반면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같은 중소형사는 거래소 지분가치가 시가총액을 웃돌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일부 소형증권사들도 5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업가치가 떨어져 매물로 내놓을 수 없었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M&A 시장을 노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거래소의 지분가치를 추산하면 3조2000억원에 수준에 이른다"며 "한국거래소가 상장한다면 1000억원대의 현금 유입이 이뤄지는 중소형 증권사의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