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감사보수 정상화·감사인 지정제 확대 요구 거세
당국 "보수 하락 업계가 자초…지정제 확대 효과 지켜볼 것"
회계업계에서 감사보수 정상화와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확대 등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장기 불황에 빠진 회계업계를 살리기 위해선 제도개선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인식이다.
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회계법인들 간의 출혈경쟁과 감사대상 기업들의 '가격 후려치기'로 감사보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다 세무조정과 컨설팅 등 비감사용역 보수도 덩달아 하락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회계법인들은 올해에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회계업계는 회계법인들의 자정과 기업들의 인식변화에만 기댈 수 없다며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 "감사인 선임 기준 '가격' 대신 '품질' 돼야" = 회계업계는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감사보수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감사인 지정범위 확대와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할 것을 권고해 감사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지만 감사보수를 증액하기 위한 조치로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감사시간은 늘고 있는데 감사보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회계법인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된다"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감사계약관계에서 '을'에 해당하는 회계법인만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하소연했다.
회계업계는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감사보수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기업들의 인식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감사보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 내 감사위원회에 회계전문가를 반드시 포함시켜 독립성을 강화하고, 외부감사 입찰 시 감사용역 가격보다는 기술 점수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해 회계법인들 간의 저가수주 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감사인 선임 기준을 '가격'이 아니라 '감사품질'로 바꿔야 회계업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감사인 지정제 더욱 확대해야 감사보수 현실화 가능" = 외부감사인 지정 대상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부터는 분식회계 위험이 있거나 동종업계 평균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으로 외부감사 지정 대상이 확대돼, 감사보수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과 회계업계 모두 기대하고 있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회사, 즉 상장예정 법인과 감사인 미선임 법인, 감사인 부당교체 법인, 회계기준 위반으로 감사인 지정조치를 받은 법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장법인 등을 대상으로 감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이다.
감사인을 강제 지정하게 되면 기업이 외부감사 수임을 이유로 감사보수를 후려칠 수 없고 회계법인들도 꼼꼼한 회계감사를 벌이게 된다.
회계업계는 그러나 감사인 지정 대상이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보고 지정 대상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제 확대로 감사보수 현실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그 규모가 미흡하다"며 "그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실제 감사보수 현실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외부감사를 받는 비상장사 범위가 자산 100억원 이상에서 120억원 이상으로 축소되면서 회계업계의 일감도 줄었다.
업계는 2000여개가 넘는 비상장 중소기업이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로 인해 회계업계의 수익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조세소송·관세업무, 공인회계사도 할 수 있어야 = 회계법인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는 세무조정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세소송 및 관세업무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관세사에게 독점적인 권한을 주고 있는데, 이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공인회계사가 조세소송과 관세업무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감사보수 추락 현상은 회계법인들이 자초한 면이 있다"며 "감사보수가 터무니 없이 낮으면 수임하지 말아야 하는데 스스로 출혈경쟁을 벌여 감사보수를 하락시킨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법인들은 감사인 지정제 확대를 감사보수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게 문제"라며 "회계법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을 지정해야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올해 외부감사법이 개정돼 지난해보다 감사인 지정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이를 통한 개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