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25일 집권 3기를 시작한다. 박대통령은 엊그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금년도 국정운영은 경제 활성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경제 활성화 불꽃을 살리는데 모든 정책적 역량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년이 "경제·국가혁신 토대마련을 위해 골조를 세운 기간"이라면 남은 3년은 "그 위에 벽돌 쌓고 건물을 올려야" 하는 기간이라는 상황인식도 아울러 밝혔다. 소통부족과 인사 참사 등에 따른 지지율하락을 경제에서 반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하지만 경제 활성화는 정책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강력한 정책 추동력으로 구체적 성과를 내어야 한다. 강한 추동력을 갖고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소통, 인사, 정책의 3요소를 고루 갖춰야 한다. 국민인식과 동떨어진 독단적 인사와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여론의 호응도, 정책의 효과도 낼 수 없다.
취임 2주년에 즈음한 박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잘한다가 33.5%, 잘못한다가 61.1%로 나타났다. 설 연휴 직전의 36.4% 보다 긍정적 답변이 오히려 줄었다.
박 대통령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고자한다"며 설 연휴 직전에 단행한 '2․17' 개각은 새 출발의 변화나 감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문성과 현안 해결 능력을 중시한 인선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지만 결과는 친박(親朴)계 핵심인사들로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강화한 이른바 '친위․호위 내각'이었다.
지지율 추락과 비박(非朴)계 당 지도부의 인사쇄신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는 4개 부처 개각을 두고 "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정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국정운영 경험이 많은 분들이 당․정․청 소통에도 큰 역할 할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앞으로 국정운영 추동력 확보 면에서 불안은 한 둘이 아니다.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추진축으로 삼으려했던 '이완구 카드'가 병역, 부동산의혹, 언론외압파문 등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으면서 크게 빛이 바랬다. 박대통령은 이완구 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당․정․청 관계에서 구심적 역할'을 주문했지만 '반쪽총리'의 친위 내각체제가 국정개혁에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쇄신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부분개각으로 후임 비서실장 인선이 청와대 인적쇄신의 가늠자로 더욱 주목을 받았지만 이마저 미적대면서 김기춘 비서실장 퇴진에 따른 국정운영의 추가동력 확보 효과도 반감됐다.
게다가 내각 18명 중 3분의 1인 6명이 의원직을 겸직하게 돼 국정운영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의원들이 내년 총선(4월 13일)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 전(1월 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11개월짜리 시한부 장관들이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개혁 같은 난제에 직(職)을 걸고 올인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권 내 '권력지형'도 청와대의 일방통행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박대통령이 기대하는 국정운영의 구심력 대신 원심력이 점차 더 강해지는 상황이다. '더 이상 지역구의원들을 내각으로 빼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혁에 성공 못하면 당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김무성 대표의 뼈있는 농담이 예사롭지가 않다.
'선거가 없는 골든타임'이라는 올해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연내에 개혁 속도를 내기에는 30%대 지지율은 턱없이 부족한 동력이다.
박 대통령은 내각이 중심이 돼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책 조정을 통해 힘 있는 정책 추동력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상처투성이 총리'의 친정내각과 비주류 여당지도부가 청와대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활성화 법안과 거대 개혁과제들의 열쇠는 모두 국회가 쥐고 있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서는 표(票)를 의식해 무작정 대통령을 도와주기도 쉽지 않다.
개혁의 국정동력은 결국 국민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려면 지지여론과 민심을 끌어 모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대통령부터 변해야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어렵게 통과된 부동산 3법을 '퉁퉁 불어터진 국수'에 비유하며 정치권에 그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개혁과제들을 제 궤도에 올리려면 당․정․청에 주문하고 보고만 받을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한다. 미국의 대통령들처럼 야당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한다.
국회에 발목 잡혀있는 법안들이 모두 통과된다 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진두지휘하고, 당과 정부가 공동운명체가 되어 함께 뛰는 진정성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어야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완구 총리를 비롯한 6명의 의원겸직 각료들은 의원직을 내놓든, 총선불출마를 선언하든 그들이 내년 총선을 위해 자리를 떠날 '시한부 각료'가 아님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추진동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일수록 정책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난 2년 동안 '창조경제'와 '경제부흥' '비정상의 정상화' '규제개혁' 등 슬로건은 만발했지만 국민들 피부에 와 닿는 추진실적은 보기 어려웠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선택과 집중'의 핵심개혁과제로 노동개혁 등 24개를 선정해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하루아침에 되지 않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동 분야 구조개혁은 갈등의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한 후 소통의 리더십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솔직하게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실천 가능한 공약에 대한 제대로 된 '선택과 집중'을 함이 순리다. '개혁드라이브를 걸기위해서는 부담이 되는 공약을 지금이라도 털고 가야한다', '공약 철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얘기가 여권내부에서 나올 정도로 상황은 절박하다.
여당 비박 지도부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변화다. 청와대의 독주에서 벗어나 당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내각이 힘을 합쳐 현 위기국면을 타개해 나가려면 청와대가 획기적으로 달라져야한다는 것이다.
'퉁퉁 불어터진 국수' 타박에다, '경제가 불쌍하다'고 마치 남의 일 인양 말하는 대통령에게서 소통과 공감의 열의나, 대통령과 그 청와대가 바뀌고 있다는 모습은 여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는 어렵고, 정치는 답답하다'는 설 민심의 질타가 더 없이 외롭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