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 깎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남이 하는 일에 대해 훈수를 잘 두더라도 정작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마찬가지. 세금은 납세자의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되는 만큼 그 어떤 것보다도 공정해야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실수라고 해서 용서받기는 어려운 것이 부실과세다. 국세청은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부실과세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불복인용사건에 대한 개별감사 제도'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도입됐고 국세청의 부실과세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등 성과를 거둬 2013년과 2014년 정부업무 자체평가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를 기획하고 설계한 주인공은 강남세무서 이은배 조사관. 이 조사관은 '불복인용사건에 대한 개별감사' 제도의 설계부터 점검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갈고 닦은 덕에 제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공무원상을 받은 이은배 조사관. 이 조사관은 과세품질 제고와 경정청구 업무 개선 등의 공로를 세워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포장을 받았다.
□ "부실과세, 개별감사로 잡는다" = 정부는 '깨끗하고 신뢰받는 정부 구현'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정의 확립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면서 '부실과세 방지'는 중요한 과제였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납세자들의 불복이 증가하고 대형소송 사건에서 패소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국세청이 부실과세를 한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과거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부실과세 사후관리가 필요했다.
이에 이 조사관은 불복인용사건에 대한 개별감사 및 이와 연계한 각종 정책 시스템을 기획하게 됐다.
불복인용사건에 대한 개별감사 제도는 이의신청, 심사·심판청구 등 행정심에서 납세자의 주장이 인용돼 부과처분이 취소된 사건에 대해 자체감사 기능을 활용, 사건별로 직원의 귀책 여부와 문책 범위를 판단하고 법령 또는 제도상 미비점 등을 총체적으로 밝히고 개선하는 시스템이다.
부실과세에 대한 직원의 책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엄정하게 문책하고 이를 성과평가 또는 직무교육 등과 연계해 반복적인 부실과세에 대한 직원 경각심을 높이는 등 결과적으로는 과세품질을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조사관은 지난 2011년 2015년 1월까지 국세청 감사담당관실에 근무하면서 기존 제도의 문제점 발굴을 위한 기획점검에 참여했고 2012년에는 부실과세 개별감사제도의 시행계획을 설계했다. 2013년에는 이 제도의 성과관리 담당으로 지정돼 지속적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등 수년에 걸쳐 제도의 기반을 닦았다.
2012년 최초로 제도를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연 2회에 걸쳐 불복인용사건에 대한 개별감사를 시행했으며 제도 시행 이전과 비교해 직원귀책 판정 비율이 약 2.3배, 문책비율이 약 2.8배 증가했다. 그만큼 엄정하고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2013년 이후부터는 부실과세에 대한 직원 귀책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으며 2013년과 2014년 정부업무 자체평가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쾌거를 누리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포장을 받고 있는 이은배 조사관. 이 조사관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상을 받으며 격려를 받은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 "경정청구 악용한 납세자 뿌리뽑는다" = 이 조사관은 과세품질 제고 뿐 아니라 경정청구를 악용해 세금을 부당환급한 사례를 적발한 공로도 세웠다.
이 조사관이 국세청 감사담당관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경정청구 제도를 악용해 무려 5개 연도에 걸쳐 법인세를 부당하게 환급받은 사례를 적발했다.
해당 경정청구의 사유가 법리적·경제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과세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자료를 끈질기게 수집해 납세자가 부당하게 환급받은 법인세를 일체의 이의제기 없이 전액 현금으로 환수했다.
이 조사관은 부당환급 사례를 적발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일선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 일정 규모 이상의 고액 경정청구는 지방청 이관해 검토·처리토록 개선해 일선의 업무부담을 축소하고 부당환급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하는데 앞장섰다.
이런 공로를 세워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상을 받고 격려를 받은 이 조사관은 이번 일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조사관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뵙고 격려 말씀을 들은 것이 국세공무원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라며 "특히 제가 대통령님으로부터 포장증을 친수받은 날이 제 딸의 생일이라 기쁨이 더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청에 있는 동안 결혼생활 내내 가정에 제대로 신경쓰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 조사관은 "이번 일로 가족과 부모님, 장인·장모님이 무척 기뻐하신다. 항상 챙겨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국가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약력]
▲1981년 ▲충북 청주 ▲세무대 ▲8급 특채
▲국세청 감사담당관실,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 동대문세무서 부가·소득세과, 남대문세무서 법인세과·조사과, 마포세무서 납세지원과, 강남세무서 조사3팀장(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