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취임 2주년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지난 1월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사진 = 청와대)
세월호·인사참사·비선실세 논란·정책실기 등 민심이반 격화
박근혜 정부의 집권 2년차 성적표는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25일 취임 2주년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은 최근 최저치인 29%를 기록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6%로 재임 1년 지지율로는 김대중 대통령(60%)에 뒤를 이어 역대 2위였다.
지난 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위기 대응 능력의 부재, 잇따른 인사 참사,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 정책실기 등 잠복했던 위기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 대통령의 불통, 잠복했던 위기 드러내…세월호 참사 대응 '무능' = 잠복했던 위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의 '만기침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살핀다는 뜻)'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박 대통령이 일개 부처 국장급 인사까지 관여하는 등 '깨알지적'은 국무위원 및 청와대 비서진들이 알아서 눈치를 보게 했고, 그로 인해 업무보고 역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머무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먼저 지난 해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박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방에 대한 논란은 그 상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총 21차례(국가안보실 10회, 비서실 11회) 보고를 받았지만 직접적인 대면보고는 없었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소통이 이뤄져야하는 상황임에도 늑장 보고와 서면으로만 소통된 것은 국정운영 폐쇄성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보고서와 전화에 의지한 현실 판단은 참사 발생 8시간이 넘어서야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게 했고, 박 대통령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라고 상황 파악이 안 된 질문을 하기에 이른다.
당시 구조에서 정부가 생존자 숫자를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우왕좌왕 하는 등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데는 행정부 수장의 불통과 무능이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눈물의 사죄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향했지만 청와대 문은 열리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사임을 표했지만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인해 유임되는 초유의 일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실한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은 거듭 지적됐고 이번 이완구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반복됐다.
□ 대통령의 폐쇄성, 문고리 권력만 비대화…비선실세 의혹 파문 = 박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은 측근 실세들의 권력 비대화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정윤회 국정 개입'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에서 나타난 비선실세 의혹이 그것이다. 파문의 책임으로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를 여야 모두로부터 요구받았지만 끝내 박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이 '찌라시'에 기반한 것으로 사실무근이라며 사퇴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이 3인방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한 최측근으로 실제 여권 내에서의 영향력은 친박 핵심 의원들보다 더 막강하다.
친박 핵심 의원으로 꼽히더라도 이 3인방을 통하지 않고는 대통령과 연락이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친박 의원은 "우리야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어떤 정책에 대해 궁금하면 직접 전화해 물어보기도 하지만 그 외에 것들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소통 없는 국정운영, 與 민심이반에 목소리 내기 시작 = 박 대통령의 불통은 국정운영 역시 일방통행으로 흐르게 했다. 최근 잇따른 정책 실기는 대부분 당과 사전에 논의 없이 진행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사안들이다.
연말정산 파동의 경우 지난 2013년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때 중산층 근로소득자들의 환급액 축소가 예상됐지만 정부는 복잡한 세법개정안 내용에 대해 국민에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지난해와 판이하게 달라진 연말정산으로 환급액이 축소되거나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하는 상황에 '서민증세'라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민심이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여당이다.
지난 2월2일 당·청 관계 회복을 외친 유승민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선출된 것은 민심과 괴리된 청와대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원들의 목소리였다.
김무성 대표 역시 유 원내대표 선출 이후로 청와대를 향해 '민심'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입각한 6명의 현역의원 출신 국무총리 및 장관들에게 "개혁을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라"고 경고하면서 압박하고 나섰다.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의 임기 3년이 남은 상황에서 불통, 폐쇄적 리더십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폐쇄성은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 같은 건데 바꿀 수 있겠나"라며 "문고리 3인방 없이는 업무가 안 되는 거 아니냐. 우리로서는 이완구 국무총리나 입각한 정치인 장관들이 여야 소통하면서 잘해주길 바래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