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 최근 일선 세무서 소속 국세공무원들 사이에서 무차별 감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 감찰담당부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류덕환 국세청 청렴세정담당관은 "최근 설 명절과 대통령 해외순방, 부가가치세 신고 등이 겹쳐 평상시보다 감찰을 강화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아무런 잘못이나 혐의가 없는 사람을 감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수상하니 당분간 행동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했다. 미행이 따라 붙었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만난 서울지역 일선 세무서 직원은 수 일전 겪은 자신의 경험담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얼마 전 주말을 이용해 볼 일을 보러 집을 나서 운전을 하는 중 수상한 차량이 계속 자신의 차량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미행'이었다.
그는 망설였다고 한다.
차량을 세우고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었단다.
'왜 나를 미행하느냐' 따지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정말 황당했다. 내가 범죄자도 아니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공직자들이 감찰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런 혐의점도 없이 무작정 따라가는 건 정상적인 감찰활동이 아니지 않느냐."
그는 최근 들어 국세청 감찰부서(청렴세정담당관)가 광범위한 감찰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고 전했다. 혐의 여부를 떠나 자신이 당한 것처럼 무턱대고 미행을 하는 등 속된 말로 '대놓고' 감찰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 파다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1~2주 사이 불미스러운 일들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국세청 안팎에서 들려오고 있다.
서울과 중부지역 세무서장 1~2명이 몰래 골프를 치다 적발됐다는 소문부터 시작, 고위간부가 유흥업소를 출입하다 적발됐다는 이야기 등 오만가지 소문이 다 돌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측면에서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평상시에도 그런 문제는 어느 정도 존재해 왔고 적발되는 케이스들은 대부분 제보 등 어느 정도 확실한 '물증'을 확보해 실시한 사실상의 '표적감찰'의 결과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마구잡이식 감찰을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어도 할 인력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일선 직원들 사이에 나도는 '무차별 감찰'에 대한 정황은 일선 직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떠나 불만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심지어 '공안정국이 조성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들은 작금의 상황에 대한 여러 갈래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본청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찰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감찰을 강화, 자칫 해이해 질 수 있는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그 중 하나다.
실제로 본청 감찰(청렴세정담당관실) 3~4개 팀이 서울 모처에(?) 상주하며 감찰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설 명절을 전후해 정부 차원의 감찰강화 기조 여파에 불과하니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분석 중 하나는 여론 무마를 위한 의도적 감찰강화라는 분석이다.
연초 국세청은 조직개편을 통해 일선 세무서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를 합쳐 개인납세과를 출범시켰다. 최근 다소 잠잠해졌다는 전언이지만 개인납세과 출범 전후 불만여론이 상당히 많았다.
개인납세과 출범과 관련한 불만여론이 완전히 가시기도 전, '차세대 국세행정 시스템(이하 차세대 시스템)'이라는 '대형폭탄'이 터졌다. 지난달 23일 개통된 차세대 시스템을 둘러싼 혼란은 납세자들이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국세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일선 세무서 소속 국세공무원들은 이 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시범운영 기간도 생략된 채 무리하게 앞당겨 개통된 차세대 시스템의 폐해를 온통 뒤집어 쓴 상황이다.
현재 일선 세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온갖 불평불만이 나돌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상층부에 제대로 전달이 안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지지 않고 일선 직원들에게만 희생이 요구되고 있다는 불평까지 나온다.
이런 뒤숭숭한 상황에 감찰이 대폭 강화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차세대 시스템으로 파생된 일선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감찰로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소문의 실체적 진실 여부를 떠나 작금의 국세청 분위기는 분명 심상치 않은 징조인 것만은 틀림 없어보인다. 어떤 형태가 됐든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선 세무서의 한 관계자는 "말로만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현장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상층부가 현장의 분위기를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이대로 가다가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 커졌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