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공백 장기화…'수난사' 극복할 인물 찾기 '험로'

수첩인사 인재난…'도덕성·추진력·야당화해' 적합인물은 누구?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퇴한지 보름이 훌쩍 넘어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차기 총리 인선은 여전히 감감무소식, 총리 공백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14일 이 전 총리가 지난 달 20일 밤 '사의표명'을 한지 25일 만에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수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것을 감안하면, 3주가 지나도록 총리 인선 소식이 없는 것이다.

앞서 청와대 측에서는 이 전 총리의 사의 수용을 밝힌 이후 "후임 총리 지명을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어 인선 작업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안팎과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총리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완종 파문'으로 이 전 총리의 비리의혹이 터졌고, 이로 인해 63일 만에 총리에서 물러나야했던 만큼 차기 총리의 도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 '총리 수난사'로 국민, '도덕성' 중시…눈높이 인사 찾기 어려워 = 박근혜 정부에서 이 전 총리를 비롯해 국무총리 내정자가 세 명이나 낙마한 사례가 있어 청문회 통과가 큰 고비다.

이 전 총리는 성완종 파문으로 물러났지만, 청문회 당시 숱한 비리 의혹과 반민주적 언론관으로 국민비판에 직면했고, 야당은 '자진사퇴'를 줄기차게 압박한 바 있다.   

또한 차기 총리의 역할은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 등으로 날이 서있는 야당과의 관계를 풀어야 한다. 더불어 박근혜 정부 3년차 개혁 과제 완수를 위해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스타일을 이해하고 추진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그렇게 물러났으니 다음 총리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게 도덕성 아니겠느냐. 그만 논란이 되어야지"라며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박 대통령을 보좌해야하니 그에 맞는 사람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청와대의 사전 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이들이 여러 명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또한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송곳검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총리직 제의를 고사하는 인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관계자들도 차기 총리 인선 발표 시기를 예측하는 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 전 총리 사퇴이후 지금까지 총리인선과 관련한 질문에서 "그것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등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 수첩인사 한계, 정치인 출신이 안정적(?) = 한편 이 같은 인재난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지적되어왔던 문제여서 그만큼 박 대통령의 '수첩인사'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 당시 캠프와 인수위원회에서 역할을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점찍어 놓은 인사들은 이제 다 나왔다고 봐야되지 않나"라며 "특히 총리급은 연배나 그동안의 경력이 중요한데 그 정도의 인사가 이제 수첩에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인물 보다는 당 출신의 인사나 정치인 중에서 내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야 청문회도 통과할 수 있고 국정운영도 안정적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첩인사의 인재풀이 한계에 이르고 깜짝 발탁으로 그동안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정치인 출신 총리가 '리스크'(위험)가 적다는 것이다.

정치인 출신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를 비롯해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다. 이들은 현재 지역구 의원이기도 해 내년 총선 출마 문제가 변수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도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도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 출신이나 친박계 인사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 권철현 전 주일대사,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