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교시간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길다. 진화를 거듭한 끝에 맹수나 다른 위협들로부터 안전해졌기 때문에 느긋하게 성교를 즐기기 위해 사정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도록 진화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반대로 포유류 중 먹이사슬의 거의 최하위에 위치한 토끼의 경우 사방이 모두 적인 탓에 여유 있게 성교를 즐길 겨를이 없다. 실제로 토끼의 성교는 수 초 안에 끝날 정도로 짧다. 충분한 성교시간은 진화의 결과로 인간만이 가지게 된 특권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진화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 중에 조루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정반사를 수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를 조루증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너무 빠르게 사정을 하거나 파트너와의 성행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극치감에 이르는 것을 말하는데, 남성 성기능 장애 가운데 가장 흔한 사정장애다. 대한남성과학회에서 2037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들의 27.5%가 자신에게 조루증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몇 분 이전에 사정하면 조루’라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삽입 전에 사정하거나 삽입 직후에 사정하는 경우에는 명백히 조루증으로 볼 수 있다.
조루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맨남성의원 순천점 이형석 원장(비뇨기과 전문의)에 따르면 조루에는 가성 조루, 심인성 조루, 과민성 조루, 쇠약성 조루가 있다. 가성 조루는 장시간의 금욕과 과도한 긴장이 원인인 조루 유형이다. 심인성 조루는 성기 민감도는 높지 않음에도 심적으로 과도하게 흥분하게 생기는 조루다. 과민성 조루는 말 그대로 성기가 지나치게 민감하여 발생하는 조루 유형이다. 쇠약성 조루는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몸이 약해져서 사정관의 폐쇄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액이 배출되는 조루 유형을 말한다. 이 원장은 “스트레스, 압박감과 같은 감정이 조루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파트너간의 성 기대치의 불균형으로 겪게 되는 자괴감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형이 여러 가지인 만큼 치료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약물치료, 대체진피 이식술, 음경 배부신경 차단술, 행동요법 등의 방법이 있는데 환자 본인의 상태와 원인이 어떠하냐에 따라 치료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원장은 “조루증 치료를 위해서는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환자의 연령, 성행위 습관, 생활패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충분한 노하우가 축적된 전문의를 찾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조루증을 앓는 남성은 원만한 성생활을 즐길 수 없게 되고 그만큼 자신감도 떨어지게 된다. 삶의 질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비뇨기과에 내원하여 정확한 상담과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