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메르스'로 불안한데…국회법 놓고 싸우는 與

◈ 메르스 대책논의에서 빠진 대통령은 '지적'만…오히려 野가 대책반 구성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이 3차 감염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책임자로서 입장표명은 없이 정부 대책과 관련해 '지적'만 내놓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전날(1일) '행정기능 마비'라며 강도 높게 국회를 비판, 재개정을 압박하면서도 정작 민생과 직결된 메르스 감염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의 '미흡한 초기대응'만 지적해 ‘유체이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확산일로에 있는 메르스 감염에 대해 야당은 당 차원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반면, 여당은 국회법 문제로 내부 갈등만 벌이고 있어 정부여당이 감염확산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일 경기 양평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하는 일에 딴지를 걸면서 정치적인 갈등을 키우는데 관심을 보이고, 메르스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처로 상황이 악화된 것"이라면서 "(당에) 긴급 대책반을 꾸려 메르스 문제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을 협력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메르스 문제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도록 각별히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은 이날 메르스 관련 상황실을 꾸리고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복지위 소속위원들로 메르스 TF팀을 구성했다. 또 메르스 대책 원내상황반을 편성해 상황발생시 단계별 보고와 대응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국회 보건복지위를 열어 긴급 현안 질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이 전염 확산 차단에 주력할 때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참석 후 가진 산학연 오찬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인데 그 답이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경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남에서 창조경제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기존에 전남이 갖고 있던 강점을 토대삼아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남이 갖고 있는 친환경 농수산업 기반위에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해서 고부가가치화하고 청정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 상품과 연계해서 6차 산업 발전의 전진기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국회법 개정 놓고 연일 '유승민 때리기' 나선 친박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유승민 흔들기'가 거세지고 있다.

전날(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일부 제기된데 이어 2일 친박계 의원들이 직접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당내 계파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특히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2일 YTN 라디오에 나와 거듭 유 원내대표를 겨냥, "협상을 순진하게 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라고 했더니 국민연금과 연계해 한 달 간을 어렵게 하고 혹을 또 하나(국회법 개정안) 붙였다. 원내지도부가 진솔한 해명을 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협상(력)이 밀려도 너무 밀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부터 양상이 바뀌는 당내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퇴론'을 강조했다.

또한 친박 주축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김태흠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졸속으로 합의를 해줬다"며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러한 논란을 초래한 데 대해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장우 의원 역시 "공무원연금법의 시급성 때문에 믿고 따라달라는 의견이 있어서 저도 찬성을 하긴 했지만 이는 하루 만에 처리할 일이 아니라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 했었다"며 "그 과정에서 본인들이 믿어달라고 했기 때문에 본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유 원내대표는 모든 책임을 지도 원내대표직을 사임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며 "사임하기 전 현재 국회법 사태에 대한 수습을 한 다음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김용남 의원도 "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말한 취지와 정작 야당과의 협상을 가져오는 게 매번 다르다"며 "(유 원내대표가)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 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들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 사퇴 주장이 친박계의 공식 입장이라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친박-비박 간 계파갈등으로 당 내부 분열로 비쳐지는 것에 부담이 작용한 탓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 주장은 강경한 친박 의원 몇 명의 의견이고 그 포럼의 입장으로 정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친박계의 '사퇴론'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이날 "나중에 입장을 밝힐 때가 올 것",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김무성 대표는 유 원내대표 사퇴주장에 대해 "그럴(책임을 물을) 단계가 아니다"면서 "이 문제는 모두 같이 고민할 문제이지 책임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고 중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