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맛없어요"…어린이가 바라보는 세금은?

2011년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뜨거웠던 당시, 어른들은 세금으로 부잣집 아이까지 점심을 주는 것이 맞는지, 가난한 아이가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지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다.

언론에서도 양 진영의 대립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무상급식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는 무상급식을, 경상남도와 대구시 등은 무상급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언론보도는 오로지 어른들의 시각에서 바라 본 '세금' 문제였지만 정작 무상급식의 수요자인 어린이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무상급식은 세금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무상급식이 공짜라서 돈을 냈을 때보다 더 맛이 없어졌어요"
"우리 학교는 무상급식을 하다가 안 하는데 급식비 낼 때마다 부모님께 죄송해요"(경남지역)

국세청 어린이 기자단 지원서에 쓴 내용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 기자단을 모집했다. 지원할 어린이들은 자기소개서와 '내 주변에 세금이 쓰이는 곳'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작성했다.

어린이들이 작성한 기사에서의 무상급식은 어른들이 바라보는 것과 확연히 차이났다.

맛이 없다거나 급식비를 내야 하는 부모님께 죄송하다거나 하는 실생활에서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어느 지역은 무상급식을 하고 어느 지역은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어린이들의 미묘한 감정도 실려있었다.

세금으로 지은 국립도서관에 대한 고마움과 경찰관과 소방관 아저씨들의 월급을 세금으로 준다는 내용, 학교 앞 문구점에서 사는 사탕이며 공책도 부가가치세라는 세금을 낸다는 내용 등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세금에 관심이 많았나 할 정도로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특히 올해 처음 모집하는 국세청 어린이 기자단(50명 선발)이기 때문에 지원자 적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 우려가 무색하게도 무려 350여명이 몰리는 등 국세청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쟁률에 다들 놀라워했다.

최근 대외활동에 관심있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많아지면서 국세청 어린이 기자단 활동에도 지원한 어린이들이 많았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어린이 기자단으로 선발된 50명은 이달부터 10월까지 활동하게 되며 다음달 창간되는 '어린이 세금신문'에 실을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어린이의 눈으로 만들어지게 될 '어린이 세금신문'. 미래의 납세자로 자라날 어린이들의 세금에 대한 건강한 생각이 우리나라 조세제도 발전에 밑거름이 되길 기대하는 것이 모든 어른들의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