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입법부 대 행정부' 전운 고조…공무원연금 협상부터 당·청간 불신 팽배
국회법 개정안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으로 일부 수정되어 결국 정부로 이송됐지만 청와대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해 청와대와 국회 사이의 '전운'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청와대의 강한 불신이 작용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친박계의 '유승민 흔들기'는 더 격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국회법 중재안 이송과 관련해 "한 글자만 고쳤던데 우리 입장이 달라질 게 없다"고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중재안에는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문구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꿨지만 청와대는 위헌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시기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메르스 사태에 대한 국민 비판여론이 큰 만큼 우선 사태 수습 후, 여론 추이를 살피고 시기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오는 23일과 30일에 예정되어 있다.
□ 靑 거부권,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불신-부정'의 결과 =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동안 청와대의 반발을 최대한 수용해 야당을 설득했던 원내지도부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국회법을 자동폐기하거나 재의결이 실패할 경우에는 원내대표단의 수장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정치적 상흔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의식한 듯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청와대의 반응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에 대해서는 일절 대응을 안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의 유승민 원내지도부에 대한 불신은 앞서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을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를 연계했을 당시부터 점화됐다.
국민연금 연계에 대한 청와대의 강력 반발로 재협상에 들어갔고 이번엔 야당 요구조건인 국회법 개정안을 받자 이 역시 청와대의 반대를 무시한 처사로 받아들였다.
이에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은 "야당의 요구조건에 유 원내대표가 질질 끌려 다녔다", "안일한 협상" 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나아가 김태호 최고위원과 몇몇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 친박 '자동폐기' 주장 가능성↑…사실상 '유승민 무력화' =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친박계를 중심으로 법안 ‘자동폐기’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재의결로 갈 경우 이들 역시 부결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박계 최고위원이나 의원들이 재의 요구된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 상정에 반대하고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19대 국회에서 '종료(2016년 5월)까지 재의결에 부치지 말 것'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할 경우 원내대표 자리는 유지할지 모르지만 사실상 원내대표로서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져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등이 차질을 빚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 재의결 땐 朴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부결 땐 유승민 '거취' 고민 =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의 또 다른 시나리오는 국회 재의결 절차를 밟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경우 재의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앞서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전날(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의화 의장에게 공식적으로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국회 부의 및 재의결을 통해 국회의 뜻을 관철시키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할 것"이라며 "저에게는 (그렇게 하겠다는) 개인적 확답은 이미 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국회 본회의 상정을 통해 의결절차를 밟을 경우, 부결되거나 의결되면 유 원내대표든 박 대통령이든 정치적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재의결은 재석의원 과반 출석의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해야 한다.
친박계의 강한 반발로 부결이 되면 공무원연금 협상을 이끌어오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논란과 국회법 개정안 잡음의 중심이 됐던 유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거취’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야당의원과 여당 비박계 의원들의 찬성으로 재의결이 될 경우 박 대통령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초기 대응에 집중하지 못해 방역 무능을 드러내 현재 지지율이 30%초반으로 곤두박질 친 상황인 만큼 재의결로 치들으면 '입법부 대 행정부' 정쟁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당은 '자동폐기'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친박 의원들 입장에선 유 원내대표 '사퇴'를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것 봐라'라면서 당청 간 불화의 원인을 유 원내대표에게 더 몰 것"이라며 "하지만 재의결로 가면 친박들도 표결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폐기'로 갈 확률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