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적용 이후 통신 소비자들은 쥐꼬리만한 보조금에 만족해야 하지만 단말기 고장으로 환불이 발생하는 경우 통신사와 제조사들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되고 있다.
올해 1월, 김모씨(42세)는 출고가 95만7000원인 갤럭시 노트4를 KT 대리점에서 지원금 25만원을 받아 70만7000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운이 없어 블루투스 오류 등 수차례 고장을 일으켜 AS에 메인보드까지 교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삼성전자가 환불을 결정했지만 출고가 95만7000원이 아닌 자신들이 지급하지도 않은 보조금 25만원을 제외한 70만7000원만 보상해 주겠다고 결정했다. 삼성전자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는 것이다.
한편 KT도 공기계를 구입해 기기변경으로 가입하겠다고 했지만 김씨에게 약정기간 24개월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위약금으로 19만8000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그는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조건으로 부모님이 개통한 노트3의 가입증명서를 보고 앞으로 더욱 당황스러운 일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갤럭시 노트3의 경우 기기 출시일이 오래 됐기 때문에 할부원금은 8만8700원에 불과했지만 공시지원금은 77만6250원이나 되었다. 대부분이 지원금이어서 거의 공짜로 기기를 구입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KT가 김씨에게 적용한 논리를 적용한다면 당황스러운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기기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고장나 환불이 결정되면 삼성전자에서는 보조금을 제외한 8만8700원을 보상받는 반면 KT에는 60만원 가량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위약금 약관에 따라 가입자유치를 위한 출고가와 공시지원금이 같을 경우 기기에 대한 환불금은 0원이 되지만 KT에 물어 내야할 위약금은 출고가와 거의 맞먹게 된다.
위약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는 중고단말기를 사서 계약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통신사와 제조사는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게 된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통신사는 통신요금을 챙기고 제조사는 악성 재고를 털어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효과를 보게 된다.
그는 “소비자의 단순변심으로 인한 기기변경도 아니고 제품의 하자로 인한 환불임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상한 결론이 도출된다”며 “삼성과 KT 고객민원센터에 계속 통화하고 있지만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