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체 빅4, 수입·PB과자 협공에 '속수무책'

국내 사업실적 악화…최근 4년간 외형 정체 영업익 35% 감소 

롯데, 오리온, 해태, 크라운제과 등 국내 제과업계 빅4의 국내 사업실적이 수입과자와 유통업계 PB과자의 협공을 당하며 해마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동안 빅4의 외형은 성장을 멈췄고 수익성마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반면 수입과자와 PB과자는 빠른 성장세를 과시하며 국내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안방시장을 지키기 위한 이들 토종업체의 뼈아픈 반성과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4사의 최근 4년간 외형 추이를 살펴보면 해외법인과 종속기업 실적을 제외한 별도재무제표기준 합산매출은 2011년 3조3844억원에서 지난해 3조5571억원으로 1727억원이 증가해 5.1% 성장했다. 연평균 1.7%의 소폭 증가세에 그쳤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 증가세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열사 합병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나 실질적으로는 역 성장세를 보이며 안방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간 중 롯데제과는 지난 2011년 연매출 160억원대의 롯데제약, 2013년엔 850억원대의 기린식품, 지난해엔 840억원대의 롯데브랑제리를 합병했다. 크라운제과 역시 2012년 연매출 420억원대의 크라운베이커리를 합병한바 있다.

이들 피합병회사의 단순 매출합계는 약 2270억원에 달한다. 분석기간 중 4사의 합산매출 증가분 1727억원보다 약 540억원 가량 더 많은 수치다. 즉, 합병효과와 4사의 수차에 걸친 제품가격 인상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실질적 외형은 매년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질적 외형 감소뿐만 아니라 수익성의 급격한 하락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이들 4사의 합산영업이익은 2011년 3248억원, 2012년 2691억원, 2013년 2256억원에 이어 지난해 2119억원으로 2011년 대비 34.8%나 감소했다. 해마다 영업이익의 급소 추세가 확연하다.

이처럼 수익성이 급감한 배경으로 경쟁심화로 인한 판촉비와 광고선전비의 급증, 여기에 매년 인건비 상승 등 판매관리비율의 급격한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4년간 매출원가율과 판관비율의 흐름을 분석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먼저 제품 제조에 직접 투입되는 원재료비 등 매출원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매출원가율이 소폭 내려간 곳이 2곳, 소폭 증가한 곳도 2곳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변동이 없었다.

4사 중 매출원가율이 증가한 회사는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 2곳으로 증가율은 각각 0.8%P, 0.6%P였다. 반면에 오리온과 해태제과의 경우엔 오히려 각각 1.6%P와 1.4%P 감소했다. 원가부문에선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4사 공히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한 판매관리비율이다. 2011년 대비 롯데제과는 3.2%P, 오리온 5.0%P, 해태 3.4%P, 크라운이 3.9%P 늘어나 수익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이는 ‘매출정체·수익성하락→명분 약한 가격인상과 소비자 외면→매출정체와 수익성하락→가격인상과 소비자 외면’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이같은 싸이클이 고착화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과업체들이 원재료 시세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관비 급증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듯한 명분 약한 가격인상을 반복해 소비자들이 외면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주 소비층인 아동 인구마저 줄면서 제품수요 감소로 인한 매출 정체 현상이 고착화됐다.   

반면 판촉비, 광고선전비, 인건비 등의 비용지출은 매년 증가해 수익성악화를 초래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판촉경쟁과 마케팅비용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또 다시 가격인상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과대포장 문제가 대두되며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딸려왔다”는 소비자들의 '질소과자' 논란이 확산된 점도 매출정체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맛과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고, 과대포장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수입과자와 PB과자를 향해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게 만드는 자충수를 범해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가격인상에 '질소과자' 논란 불신 초래…수입·PB과자 점유율 상승

실제로 최근 2~3년 사이 수입과자와 편의점, 대형마트 등의 PB상품들이 대약진을 펼쳐온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김석우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2013년까지 1인당 연간 국산 건과류의 내수량 및 성장률과 연간 총 과자 수입량(도표 좌측)과 1인당 과자 수입량(도표 우측)을 보면 수입과자가 국산 과자와 정반대의 추세를 보이며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신증권 박신애 연구원의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PB제품 매출과 상품구성비 추이, 롯데마트내 수입과자와 국산과자 점유율 추이를 봐도 제과업계 빅4의 매출추세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며 빅4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의 수입과자 매출 역시 상승세다. 롯데마트의 경우 수입과자 비중이 2010년 8%, 2011년 14%, 2012년 16%, 2013년 21%, 2014년 1월~5월 27%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현대백화점과 온라인쇼핑몰 11번가도 지난해 수입과자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레드버켓’, ‘스위트파티’, ‘카카오칩’, '리틀코코' 등 수입과자 전문 로드숍 매장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수입과자 시장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과 홈플러스의 경우에도 1개에 2000∼3000원짜리 수입 스낵과 초콜릿, 쿠키 등의 판매대를 전국 핵심 점포에 설치 운영에 들어가는 등 수요증가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이처럼 수입과자와 PB상품의 인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외 유학과 여행객 증가로 각국의 과자를 접해봤던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난 것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부담 완화와 환율효과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SNS 활성화로 맛있는 수입과자의 정보가 공유·확산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더불어 국산과자에 비해 맛과 품질은 뒤지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과 과대포장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수입과자와 PB과자를 향해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게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국내 제과업계가 그동안 명분 약한 가격인상의 반복, 과대포장 등 소비자를 외면하는 일련의 행태들이 수입과자, PB과자 선호현상을 부채질한 측면이 강하다”며 “빼앗긴 안방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자 기호 충족, 신제품 개발, 과대포장 지양, 원가절감 노력 등 소비자중시 경영을 통한 소비자 신뢰회복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