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놓고 의원총회가 완전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비박 간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발언 신청을 한 의원들만 30여명에 달하는 등 사상 초유의 '마라톤 의총'이 될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 체제를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원들 다수는 유 원내대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청와대의 뜻을 받들기만 하는 최고위원들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물러나야 하는 사람은 유 원내대표가 아닌 최고위원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내가 입당한 1996년 이래 이토록 참담한 때가 없었다"면서 "최고위 결정은 후안무치한 것으로 즉각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결정은 최고위가 사실상 해놓고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그 희생양을 원내대표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도 파렴치하다"면서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요구를 할 수는 있어도 원내대표를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며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또 "최고위는 의총이라는 이름을 빌려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의총에서의 재신임까지 뒤엎고 청와대 지시에 충실 한다고 한다면 더 이상 최고위는 존재 가치도 없다"면서 "지금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최고위원들"이라며 최고위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선출하고 재신임까지 한 원내대표를 권력의 이름으로 몰아내고도 어떻게 정치 혁신을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러한 당에 미래가 있겠는가. 끝없는 권력 투쟁만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한 '표결'을 강하게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의총에 앞서 열린 재선모임에 참석한 후 "자유발언을 통해 표결을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 공동책임론에 대해서도 "당연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총에서도 "대충 '우' 하고 박수치고 끝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 명 한 명 의사를 제대로 파악해서 기록에 남겨야 한다. 다음에 또 똑같은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확실하게 매듭짓고 가야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의원 역시 "의원총회 상항은 내 기준으로 보면 소위 개혁보수는 표결하자고 하고 꼴통보수는 표결하지 말고 결정하자고 그러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앞서 의총장에 들어가기 직전 기자들에게 "미국 대통령도 야당 원내대표를 불러 밥을 먹으며 얘기한다. 우리나라는 왜 그런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원내대표 사퇴 결의안이라는 이런 개콘(개그콘서트)같은 일을 의총에서 할 것이 아니라 '다음 지도부와 청와대 대화촉구 결의안' 이런 걸 주장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정치인이 사퇴하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다. 아름답다는 말을 (의총에서) 했다"고 밝혔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의총장에 들어서며 "유 원내대표가 이런 상황과 사태를 만들어 놓고도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사퇴할 이유"라면서 "저는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