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26조원…전년대비 32% 감소
지난 5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해외건설 수주가 올들어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 해외건설수주 실적은 25.5조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37.5조원보다 32% 감소했다. 연간 수주 목표를 700억 달러까지 잡았던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작년까지 매달 해외건설 수주실적을 앞다퉈 발표하더니 올들어서는 침묵을 지켰다. 지난 6월 국토부가 지난 50 여년간의 수주실적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지만 당사자인 건설업계는 그리 반가운 표정도 환호성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해외건설수주는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 상반기는 4년전인 2011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5년 상반기 해외건설수주 추이
자료:해외건설협회
■ 수주텃밭인 중동지역 72% 감소...아시아지역 호조로 부진 일부 만회
해외건설 수주의 부진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동지역의 수주 감소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상무는 "지난해 말부터 중동지역은 분쟁과 유가하락으로 그동안 활발했던 개발과 플랜트 투자가 감소했다"며 "중동 비중이 절반이 넘는 우리 해외수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특히 유가하락으로 우리 건설사들이 그동안 대규모 수주를 따내던 석유화학플랜트 분야의 발주가 크게 감소해 수주 감소폭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올상반기 중동지역의 수주실적은 7조원으로 작년 상반기 24.7조원의 3분의 1에도 못미쳤다.
그나마 아시아지역의 수주가 작년 6.2조원에서 올해 13조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해 부진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지역별 해외건설수주 현황(조원)
자료 : 해외건설협회
■ 중동지역 손실로 인한 어닝쇼크 후 수주전략 변경
이렇게 중동 수주가 감소하고 아시아 수주가 늘어 난 것은 중동 경기침체가 가장 큰 요인이지만 그외에도 지난 2013년과 2014년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대규모 적자로 건설사들이 경영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과 2014년 대형건설사들이 어닝쇼크로 불린 대규모 적자를 냈는데 대부분이 중동 현장의 공사손실로 인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중동에서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수주에 대한 반성과 함께 사업전략의 수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건설사들이 연초에 발표한 경영방침과 사업전략을 보면 거의 모든 회사가 수주와 매출 등 외형보다 수익성에 집중해 선별수주와 시장다각화를 통한 영업포트폴리오 구축을 선언했다. 몇몇 회사는 아예 매출과 수주를 줄이는 외형축소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시장다각화를 위해 세계 건설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과 신흥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아프리카, 남미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선별수주와 시장다각화 전략이 그동안의 중동수주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결국 이렇게 채 자리를 잡지못한 새로운 전략은 업체별로 추진 방법과 성과에도 차이를 보여 상반기 수주 실적도 업체별로 예년과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업체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현대엔지니어링이 5조21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GS건설이 3조6800억원, 두산중공업이 2조9000억원, SK건설이 2조3800억원, 한화건설이 2조15000억원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어 대림산업 1조5900억원, 한전KPS 1조300억원을 보였으며 지난해 같은기간 6조원으로 1위를 기록했던 현대건설은 1조200억원으로 추락했다. 삼성물산은 9800억원, 포스코건설은 7100억원으로 1조에도 못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건설수주 업체별 실적 및 순위
2014 상반기 | 2015 상반기 | ||||
순위 | 업체명 | 수주액(조원) | 순위 | 업체명 | 수주액(조원) |
1 | 현대건설 | 6.00 | 1 | 현대ENG | 5.21 |
2 | GS건설 | 5.03 | 2 | GS건설 | 3.68 |
3 | SK건설 | 4.23 | 3 | 두산중공업 | 2.90 |
4 | 삼성ENG | 4.16 | 4 | SK건설 | 2.38 |
5 | 현대ENG | 3.67 | 5 | 한화건설 | 2.15 |
6 | 대우건설 | 3.21 | 6 | 대림산업 | 1.59 |
7 | 삼성물산 | 2.47 | 7 | 한전KPS | 1.03 |
8 | 대림산업 | 1.80 | 8 | 현대건설 | 1.02 |
9 | 두산중공업 | 1.50 | 9 | 삼성물산 | 0.98 |
10 | 현대중공업 | 1.15 | 10 | 포스코건설 | 0.71 |
■ "외형감소로 수익성 하락 우려" vs "하반기 중동 수주 증가 예상"
일각에서는 이러한 외형감소가 2~3년 후에는 자칫 수익성 감소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프로젝트의 경우 수주 이후 1 년 정도가 지나면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돼 올해의 수주감소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 부터는 매출의 감소로 나타나게 된다.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쫒다 보니 외형이 감소했다고 얘기하지만 오랫동안 외형확대 중심으로 짜여진 건설사들의 사업, 인력, 손익 구조가 1년여 만에 매출 감소에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올상반기처럼 감소폭이 30% 넘게 줄어 드는 실적이 계속된다면 아무리 수익성 외주의 정책을 편다해도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은 수주잔량이 많이 남아 있어 당분간 매출유지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그러나 앞으로도 새로운 시장에서 중동시장을 대체할 만한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업구조나 경영조직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하반기에 중동시장 자체가 좋아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가 지난 10일 개최한 '하반기 중동지역 건설시장·수주 전망' 보고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중동지역 수주가 상반기의 두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보고서를 발표한 김종국 실장은 "중동의 발주 사이클을 고려할 때 올해부터 대형공사가 예상됐지만 상반기에는 유가하락으로 각국이 긴축재정에 들어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하반기에는 중동지역에서 150억불~200억불의 수주가 예상돼 상반기 70억불의 2~3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