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임모씨 자살, 의혹 더 깊어져…여야 '쟁점' 부상
국가정보원 해킹 논란이 담당 직원이던 임모(45)씨가 자살하면서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국정원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수사와 함께 국회 차원의 현안질의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압박에 대해 '정치쟁점화'로 규정하고 '분단국가'임을 강조하며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의 국정원 현장 보고를 강조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탈리아 '해킹팀'의 해킹 소프트웨어인 'RCS(리모트 컨트롤 시스템)'를 도입해 해킹 및 도감청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18일 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운용하는 실무를 맡았던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자살해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야당의 압박과 관련, "국정원이 정보를 다루는 최고 정보기관인만큼 의혹에 대해 정쟁으로 몰고 가 공개적인 여론전을 벌일 것이 아니라 국회 정보위 차원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실관계 확인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서 올바르다"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빠트릴 게 아니다"며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정보위 여야 간사가 (오늘) 회동이 예정되어 있다.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국정원 현장조사 일정 등 구체적 사항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야당이 국정원 현안질의와 해킹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요청하는 것을 "정치쟁점화"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은 분단국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은 수도 없이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을 해킹해왔다. 최근 국정원이 도입한 해킹프로그램은 국가 안위를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들의 긍정적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위 해킹프로그램의 전문가라는 야당 의원이 진실에 접근하기보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야당 공세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급한 것이 뭔가. 야당도 함께 경제 살리기에 나설 때이지 정치쟁점화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날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와 청문회 등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모씨에 대해 명복을 빌면서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불법 해킹이 없었다면 국정원 내부에 무엇이 오랫동안 국가정보 업무에 헌신해온 분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는지, 자료를 삭제하는 것도 불법이 없었다면 무엇을, 왜 굳이 삭제해야하는지, 또 쉽게 복구가능한데도 왜 죽음으로 책임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문 대표는 국정원의 해명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새누리당을 향해 "국가정보기관의 국민 불법 사찰 도감청은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다. 새누리당이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국민과 야당의 진상규명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국민들을 향해서도 "국민 모두가 실제적, 잠재적 피해자다. 400기가바이트의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야 하고 국정원 관련한 이메일(e-mail)만 백만건"이라며 "집단 지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휴대폰을 사용가능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정부는 국정원 해킹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정당성 훼손 시도를 즉각 멈추라"며 "국정원 직원은 유서에서 내국인 사찰이 없었다고 하면서도 증거인멸을 감행했다.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일부 직원의 일탈이라고 빠져나갈 가능성 있다. 죽음은 진상규명의 출발점이 돼야한다"며 "대통령은 국회차원의 모든 조사요구와 진상규명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국회 관련 상임위인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안전행정위, 법제사법위, 정보위원회 등 4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한 청문회 및 국회 현안질의, 진상조사 특위 등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