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로고 : 정의의 여신상
1인주주인 대표가 회사 임원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염두에 두고 정관을 '급조'했다면 이는 계속적·반복적으로 적용해 온 일반적인 규정으로 볼 수 없어 지급된 퇴직금을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최근 J사가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득금액변동통지처분 취소소송에서 "J사의 퇴직급여기준은 임원들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염두에 두고 급조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손금불산입한 당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J사는 오랫동안 부동산임대업을 해 온 법인으로 지난 2009년 유상감자한 후 대표이사인 S씨가 1인주주가 됐다.
J사는 정관을 개정해 임원에 대한 퇴직금을 주주총회의 의결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2010년 9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퇴직금지급기준을 제정했다.
이후 J사는 대표이사인 S씨와 이사 A씨에 대해 연봉제 전환을 이유로 2011년 12월31일 퇴직급여를 중간정산하면서 S씨에게 50억원, A씨에게 12억원 등 합계 62억원을 지급했고, 이를 2011년 사업연도 손금에 산입했다.
과세당국은 J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J사의 퇴직급여기준이 특정임원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퇴직급여도 과도하게 지급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국은 퇴직급여로 지급된 62억원 중 '정관에 퇴직급여로 지급할 금액이 정해진 경우 외의 임원퇴직급여 한도액'에 해당하는 12억4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인 49억원 가량을 손금불산입하고, J사에게 49억원의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했다.
이에 대해 1심인 서울행정법원(행정5부 : 재판장 김경란 부장판사)은 "퇴직급여 중 49억원을 손금불산입한 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J사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J사 패소 판결했다.
고법 재판부는 J사의 급조된 정관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S씨가 J사의 대표이사로 실질적 경영을 맡아왔고, A씨 역시 회사 업무 전반을 관장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J사의 퇴직급여기준은 S씨와 A씨에 대해 연봉제 전환을 이유로 퇴직급여를 중간정산한 2011년 12월 31일부터 불과 1년여 전인 2010년 9월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신설된 것으로 두 사람의 퇴직금 중간정산을 염두에 두고 급조됐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J사의 퇴직급여기준이 제정됐던 2010년 9월부터 불과 5개월 전인 2010년 4월경에 퇴직한 이사 L씨 등 3명에게는 일반적인 지급기준에 따른 퇴직금만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J사의 퇴직금 지급에 관한 부분은 특정 임원에게 임의로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한 수단일 뿐, 계속적·반복적으로 적용해 온 일반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J사의 퇴직금여기준은 '정관에 퇴직급여로 지급할 금액이 정하여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과세당국이 이를 전제로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해 부당하므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J사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해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 판례 : 2014누688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