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책임 또는 증명책임이란 소송상 어느 증명을 요하는 사실의 존부가 불명확한 경우에 당해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 불리한 법률판단을 받게 되는 당사자 일방의 위험 또는 불이익을 말한다. 즉, 쉽게 말하면 증거가 없을 때의 패소할 위험을 뜻한다.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행정청에게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고, 조세소송도 행정소송의 일종이므로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실체적인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 및 절차의 적법성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과세요건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과세자료들은 주로 납세자가 지배하는 생활영역 내에 있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협력 없이 과세자료를 찾아낸다는 것이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과세관청에게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면, 이는 과세관청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입증을 요구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한 결론이 도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e다. 이러한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이론적, 제도적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실상의 추정' 이론이다.
사실상의 추정 이론이란 구체적인 소송과정에서 경험칙에 비추어 과세요건사실을 추정할만한 간접적인 사실이 밝혀지면, 상대방인 납세의무자가 문제가 된 당해 사실이 경험칙 적용의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사정을 입증하지 않는 한 당해 과세처분을 과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론이다.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상의 추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존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2015.6.23.선고 2012두7776 종합소득세부과처분취소]
위 사건에서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2. 2. 23. 선고 2009누40744판결은, 변호사업을 영위하는 원고의 업무관련계좌에 입금된 금액의 대부분이 수임료에 해당하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쟁점 계좌는 원고의 변호사사무실 수임료를 관리하는 주된 계좌에 해당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기에 입금된 금액은 원고의 수임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미 종합소득세 신고가 이행되었거나 수임료와 관계없음이 밝혀진 금액 외의 금액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쟁점 계좌가 원고의 변호사사무실 수임료를 관리하는 주된 계좌에 해당하여 쟁점 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원고의 수임료 매출에 해당할 개연성이 높다는 취지로 본 것은 수긍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① 원고가 특정 입금액에 대하여 ‘매출이나 수입과 무관한 금액임’을 다투고 있고 그 입금 일자․액수 및 거래 상대방 등에 비추어 매출이나 수입과 구분되는 외형적 특징이 있거나 다른 원인으로 송금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존재한다면 그 입금액을 손쉽게 매출이나 수입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② 원고가 그 입금액이 ‘이미 수임료로 수입 신고한 금액’이라고 다투고 있고 그 입금액과 수입 신고한 금액과의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면, 그 입금액이 모두 수입 신고에서 누락된 수임료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관련 증거에 의할 때 원고의 수임 사건 수행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지급될 공탁금 내지 조정금액의 일부에 해당할 개연성이 큰 금액, 원고 소유 아파트에 대한 임대보증금에 해당될 가능성이 큰 금액은 수임료 매출이나 수입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단하였고, 과세관청이 수입 신고에서 누락된 금액이라고 주장하는 금액에 대하여 원고가 그 금액이 입금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입금자와 같은 의뢰인들에게 비슷한 금액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수임료로 수입 신고하였다면, 이에 대해서 이미 수입 신고가 이루어진 수임료와 중복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리지 아니하고 그 입금액을 모두 매출이나 수입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단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위 판결은 사실상의 추정의 한계 내지는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제시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