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은 뇌물도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하여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종전에는 없었으나 새로 생긴 규정이다. 뇌물이라 하더라도 그 뇌물을 받은 자가 경제적 이익을 실제로 누리고 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뇌물을 받은 자가 받은 뇌물을 모두 몰수 또는 추징 당하여, 아무런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세금을 납부하여야 할까? 우리 형법은 뇌물죄가 성립하는 경우, 뇌물로 인한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받은 뇌물을 몰수하거나 추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위법소득의 지배·관리라는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되었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그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장(도시정비법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된다)이 뇌물로 8800만원을 받은 사안이다. 그는 뇌물수수죄로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추징금 8800만원도 모두 납부하였다. 그런데 뇌물로 받은 돈에 종합소득세 4200만원이 부과되자, 이를 취소해달라고 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원심은 납세자가 범죄행위로 인하여 돈을 받은 후 공여자에게 환원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 그로써 과세대상이 된 소득은 이미 실현된 것으로 보았다. 그 후 납세자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그에 대한 추징이 확정되고 국가에 추징금을 모두 납부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행위에 대한 부가적인 형벌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를 공여자에 대한 환원조치와 동일시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즉, 8800만원의 뇌물을 받은 때 납세의무가 이미 성립한 것이고, 나중에 추징금을 모두 납부하였다고 하여 이미 성립한 납세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되었더라도 이 후 몰수나 추징 등으로 납세의무의 전제가 되는 경제적 이익이 상실되었다면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는 그 전제를 잃어 그 이후에 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후발적 경정청구는 최초의 신고·결정·경정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일정한 사유가 나중에 발생하면 이러한 사유를 반영하여 납세자의 납세의무를 완화시켜주기 위한 제도이다. 즉, 납세자가 받게 될 불이익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다.
대법원은 최근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예전보다 보다 더 넓게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를 인정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세처분 이후에 추징금액을 납부하였다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된다는 대상판결의 판시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은 추징금액을 납부한 후에 과세처분이 이루어져 그 과세처분 자체가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었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이 판결은 위법소득에 대해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했더라도 후발적 사유가 발생해 소득이 실현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아예 부과처분이 위법하여 바로 납세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