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무소 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여직원들. 세무사무소에서 여직원이 갖는 의미는 일반 회사들과는 달리 독특한 부분이 있습니다.
세무사무소 업무 중 하나부터 열까지 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여직원들은 세무사무소의 핵심 인력들입니다. 열악한 처우로 인해 이직이 잦은 면도 있지만, 모든 업무가 이들을 통해 움직이다보니 일종의 '권력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세무사무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의 은밀하고 화끈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일은 내가 다하는데 처우는 저 신입이 낫네" = 근무세무사와 여직원들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일하는 곳이 바로 세무사무소입니다.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격려하며 일하는 사무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무소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바로 '기장업무'에 있다고 합니다.
여직원들은 기장업무에 있어서 근무세무사들과 같은 일을 하지만, 상대적인 처우 수준이 이들보다 낮다는 이유로 크고작은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세무사무소 2년차 여직원은 "근무세무사는 수습과정을 거치고 전적으로 기장업무를 하게 되더라도 전체 업무가 돌아가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실무적으로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는데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도 않은 신입세무사들이 돈을 더 받는 것은 불만"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장업무만큼은 자신 있다는 한 여직원은 "기장을 잘하는 경력 직원 입장에서는 경력도 얼마 되지 않는 세무사들이 돈을 더 많이 받아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고 전했습니다.
급여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세무사들의 겸손하지 못한 행동을 비판한 여직원들도 있었습니다.
모 여직원은 "세무사도 기본 2~3년 이상은 공부한 사람들이라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며 "종종 수습 세무사들 중에는 합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사람들도 있는데 참 꼴불견"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텃세 심한데 굽신거릴수도 없고…" = 세무사무소에서 수습을 받는 세무사들은 처음에 사무실에 들어가면 직원들에게 기장방법과 프로그램의 사용법 등을 배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직원들이 '텃세'를 부리며 업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드러내는 세무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여직원들의 텃세가 심하다고 밝힌 한 세무사는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모르는 부분을 여직원에게 질문해도 성의 있는 답변을 듣기 힘들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다른 세무사는 "친절한 직원들도 있지만 수습 세무사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수습 세무사는 몇 개월 있으면 나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면도 있고 만약 수습세무사가 직원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 '세무사님'이라고 하는 것도 내켜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한 근무세무사는 "세무사 업계 직원들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성들은 남성보다 조금 더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 같다"며 "그러다보니 자기에게 득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일을 잘 안 가르쳐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른 동료 세무사는 직원들에게 굽신거리며 배우기 싫어 프로그램 사용법을 학원에 가서 배웠다고 하더라"며 "그는 기장도 직원들에게 안 배우고 과거 기장을 참고해 스스로 처리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밖에 한 세무사는 "세무사무소에는 여직원들만 모여 있는 '기장팀'이 있다. 기장팀은 자기들끼리 모여 밥이나 간식을 먹고 회식을 가도 자기들끼리만 모인다"며 "기장팀장은 여직원들만 챙기고 세무사들이 요청하는 것을 일부러 늦게 해주거나 무시해버리기도 한다"고 불평했습니다.
다른 세무사는 "기장팀에서 비상연락망 같은 것을 만들 때도 대표 밑에 기장팀장을 넣고 그 밑에 세무사들을 넣는다"며 "일부러 세무사들을 자기들보다 아래쪽에 넣는 유치한(?) 짓을 하기도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 "사무소 여직원들의 이직 러쉬…무엇이 문제인가?" = 세무사무소의 직원들은 업종 특성상 대부분 여성들입니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부가가치세, 급여, 법인세, 종합소득세신고와 연말정산 그리고 거래처와의 통화업무가 대부분인데요.
여직원들의 초봉은 월 120만원~140만원 수준이고 중요한 신고업무가 있을 때는 수당을 챙겨주는 것이 일반적이죠. 법인결산이나 세무조정까지 하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보통 경력 5년 정도 되는 직원들이 3000만원 초반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모 여직원은 "사실 세무사무소는 경력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보다 거래처를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가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며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하는 일은 다 비슷하고 거래처를 얼마나 많이 관리하는가에 따라서 연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낮은 연봉과 잦은 야근에 지친 여직원들은 이직을 결심하고 미련 없이 사무실을 떠나게 됩니다.
수년간 몸담아온 정든 사무소를 떠나기로 했다는 한 여직원은 "업무가 힘들고 연봉이 낮다 보니 세무사무소 여직원들의 이직은 자주 있는 풍경이다"며 "우리가 사무소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신고기간이 지나 퇴사를 하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무사무소에는 경력 5년 이상의 여직원들을 찾기 어렵다"며 "3년 정도 경력을 만들어 일반기업으로 가는 경우 월급도 더 많고 복지도 좋고 일도 수월하다"며 이직사유를 밝혔습니다.
좀 더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세무사무소를 그만둔 사례도 많습니다.
한 여직원은 "회계의 전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일반기업의 회계팀에서 일해 능력을 키우고 싶다"며 "일반기업 가서 회계영역을 넓히고 더 좋은 월급과 복지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여직원은 "어느 정도 경력이 되면 세무사무소마다 전문적으로 업무를 하는 곳이 있다"며 "무역, 제조, 서비스 분야 등 원하는 것을 조금 더 배우려고 이직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기업에 비해 세무사무소의 장점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세무사무소를 다니다 최근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여직원은 "세무사무소 2~3년 경력으로 중소기업 경리파트에 가면 대우가 좋다"며 "세무사무소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기장이나 기본적인 세무업무를 잘하기 때문이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세무사무소 2년 경력이면 일반기업에서는 3년 경력을 인정 해 주기도 한다"며 "일반법인은 내부의 회계·세무업무 만을 하지만 세무사무소에서는 다양한 업체들의 일을 경험할 수 있어서 일반기업으로 가면 우대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결혼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뒀다가 아이들이 성장해 다시 직업을 찾을 때에도 세무사무소 경력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한 여직원은 "세무사무소는 경력이 있으면 나이 때문에 취업이 안 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며 "일반기업은 재취업이 힘들지만 세무사무소는 몇 년을 쉬더라도 경력이 있고 경험이 많으면 별 고민없이 채용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 "차라리 세무사를 취득해 보자" = 세무사무소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세무사가 됐다는 한 여성 세무사는 "직원들이 불만이 쌓이는 이유는 실제로 하는 일은 직원들이 많은데 세무사가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돈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얘기 했습니다.
이어 "기장 업무는 실제로 여직원들이 거의 다 하는 것이 맞지만 다르게 보면 이 이야기가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무실 운영에 핵심인 영업은 세무사가 하고 여직원들은 기장은 하지만 영업은 안하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영업을 통해 거래처가 많아지면 기장할 것은 많은데 오히려 돈은 세무사들이 다 가져간다. 여기에서 여직원들과 세무사 입장이 갈린다"며 "이 부분이 싫어 차라리 세무사를 취득해 보자는 생각에 세무사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 미래의 대표 세무사, "노력이 필요하다" = 새내기 세무사들의 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세상 살아가는 진리는 어느 곳에나 통용되듯이 세무사지만 겸손하게 여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면 여직원들 입장에서 뾰로퉁하게 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2년째 개인 세무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세무사는 "처음에는 여직원들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며 "그러면 여직원들도 본인들이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나는 세무사고 너는 직원이다'라고 선을 그으면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습기간의 기억을 떠올린 한 세무사는 "처음 수습세무사로 사무실에서 일할 때 옆자리 여직원도 신입직원이었다"며 "그 여직원은 엄청난 업무량을 불평 없이 견뎌 냈는데 솔직히 존경심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이도 나보다 많았고 똑같은 신입이었지만 내게 '세무사님'이라고 불러줘 민망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직원들이 공감하는 사무실을 만들고 싶다는 한 세무사는 "세무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세무사가 아닌 여직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게 되었다"며 "나중에 개업을 해 사무실을 꾸리기 되면 여직원들이 일하기 편한 사무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