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혹 붙인 '불량납세자'

경영자문을 해준 대가로 받은 소득을 은폐, 종합소득세를 적게 신고한 납세자에게 부당과소신고가산세라는 매서운 철퇴가 내려졌다.

혹 떼려다 혹 붙인 신세가 된 납세자는 자신이 세무관계에 대해 문외한이라며 항변했지만, 법원은 당국의 가산세 부과가 적법하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 부장판사)는 최근 J씨가 양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J씨가 조세포탈 목적으로,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에 의해 종합소득세를 과소신고했다"며 부당과소신고가산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J씨는 홍콩회사의 대표인 C씨에게 경영자문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지난 2008년 14억원, 2009년 17억원 등 약 31억원을 받았다. 그는 2008년과 2009년 귀속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하면서 자문료로 받은 돈을 소득금액에서 제외하고 신고했다.

과세당국은 J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J씨가 2008년 및 2009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시 경영자문용역 대가로 받은 돈을 소득금액에서 누락한 것을 확인하고 전액을 사업소득금액으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다시 고지했다.

이때 당국은 J씨의 신고 누락분이 '허위의 차입계약서 작성 및 허위의 대차계약 신고'로 발생했다는 이유로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적용해 증액된 가산세를 추가로 납부하도록 고지했다.

그러나 J씨는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조세포탈의 목적이 있을 것과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할 것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자신은 두 요건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과세가 위법하다고 맞섰다.

J씨는 "세무관계에 대해 문외한인 점, 일반인은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을 구분하기 어려운 점, 자문료를 차명계좌가 아닌 자신 명의 예금계좌로 직접 송금받은 점을 고려하면 조세포탈의 목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J씨가 2008년과 2009년에 C씨에게 받은 돈이 경영자문용역의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C씨로부터 빌린다는 내용의 허위 금전대차계약서 및 허위 금전대차계약신고서를 작성해 이를 한국은행에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J씨가 2008년 및 2009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시 경영자문 대가로 받은 돈을 기타소득에 포함시켜서 신고한 것이 아니라, 아예 소득 사실이 없는 것처럼 어떤 소득금액에도 포함시키지 않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J씨가 허위 금전대차계약서 및 신고서를 작성해 한국은행에 제출함으로써 C씨로부터 받은 경영자문 대가로 받은 돈은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금액에 해당하지 않은 듯한 외관을 만들어냄으로써 과세요건사실의 발견을 곤란하게 한 후, 소득금액에서 누락시켰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J씨가 허위의 금전대차계약서 및 신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못하고 있으며, 한국은행에 이런 서류를 제출했어야 하는 사정도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J씨가 지난 1989년부터 수출입업, 비철금속 도·소매업 등 주식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세무관계에 대해 세무사 등으로부터 조언을 받아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세무관계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는 해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J씨에게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한 당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5구합55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