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3일까지 21 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도세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는 와중에도 외국인은 에너지, 자동차·부품, 소프트웨어 등 종목별로 옥석 가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외국인 21거래일 순매도 행진… 코스피 동반 약세
외국인은 지난달 5일부터 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1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 했다. 2000년 이후 외국인이 20일 이상 연속 순매도를 이어간 것은 2005년 3월 20거래일, 2008년 1월 21거래일, 2008년 7월 36거래일 등 3회 뿐이다.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하루 평균 48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고, 지난달 24일에는 하루 동안 7238억원을 순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28일 이후 300억원, 지난 1일에는 74억원으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3일 기준 외국인은 1682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행렬에 주목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주식 매매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면 지수는 동반 하락하고,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면 지수도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이 매도 행진을 펼친 지난달 11일 심리적 안전선인 2000선이 깨졌고, 21일엔 1900선을 내주더니 24일 1829.81까지 내려갔다.
이후 지수는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1900선대 초반에서 머무르고 있다. 3일 종가기준 지수는 전날 대비 0.31포인트(0.02%) 오른 1915.53으로 마감했다.
□ '외국인 매도세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 우려감 증폭
때문에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 불안 등 이른바 G2발 위험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오는 18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국내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의 발언 후 시장이 동요하고 있다"며 "미국의 고용지표, 국내 시장에서의 외국인의 반응을 보며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환율 영향으로 자동차 관련주가 반등하긴 했지만 시장 전체는 불안정하므로 방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매도세 속 에너지, 자동차·부품, 소프트웨어 등 '옥석 가리기'
한편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8월 말부터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어 수급이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한 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중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 양상이 지속되는 등 세계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지 않자 외국인이 매매 패턴을 바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도세 속에서도 외국인의 '종목 옥석 가리기'가 눈에 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외국인은 대량 매도를 하면서도 에너지, 자동차·부품, 소프트웨어, 건강관리, 보험, 증권, 기계 등 16개 업종에선 투자 비중을 늘렸다.
국제유가 반등(에너지, 화학), 환율 변화(자동차·부품), 성장주 내에서 압축전략(건강관리), 주식시장 반등(증권) 등 모멘텀이 유효한 업종을 중심으로 꾸준히 비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반도체·장비, 지주사, 소매(유통), 필수소비재, 운송 등의 비중은 줄였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은 순매도를 하면서도 국제유가 반등, 원화 가치 상승 등의 가능성을 두고 관련 업종에 투자했다"며 "이런 움직임을 따라간다면 안도랠리 국면에서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