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등기임원 보수를 공개한 이후 2년 사이에 30대 재벌그룹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있던 계열사 3곳 중 1곳에서 사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재벌그룹 중 9개 그룹은 계열사 등기임원 명단에 총수가 아예 없었다. (아래 표 참조)
재벌닷컴은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30대 재벌그룹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등기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7월 말 기준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어 있는 계열사는 78개사로 지난 2013년의 108개사에 비해 27.8% 감소했다고 4일 밝혔다. 30대 재벌총수들은 등기임원 보수를 공개한 이후 2년 사이에 자신이 등기임원으로 있던 계열사 3곳 중 1곳에서 물러난 셈이다.
같은 기간 총수를 포함한 전체 친족(총수 4촌 이내)의 등기임원으로 등재한 계열사 수도 지난 2013년 275개사에서 올해 204개사로 61개사가 줄어 25.8%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30대 재벌총수가 전체 계열사에서 차지하는 등기임원 비율은 지난 2013년 9.4%에서 7%로 2.4%포인트 하락했고 친족 전체의 등기임원 비율도 23.8%에서 18.4%로 5.4%포인트 낮아졌다.
이처럼 총수와 친족들의 계열사 등기임원 줄사퇴는 지난 2013년부터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토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고액보수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등기임원에서 사퇴한 총수 및 친족들 가운데 상당수가 보수공개 의무가 없는 미등기임원으로 직위를 변경했을 뿐,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한화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7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나 30대 재벌총수 중 등기임원 사퇴 계열사가 가장 많았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올해 주력사인 영풍을 비롯한 6개 계열사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올해 대홍기획 등 5개 계열사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대한통운 등 5개 계열사에서 등기임원 직을 내놓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이노베이션 등 3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물러났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매각대상인 동부제철과 동부메탈 등 2개 계열사의 등기임원 명단에서 빠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각각 1개 계열사 등기임원을 물러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와 한국공항의 등기임원을 사퇴했지만, 한진해운과 한진칼의 등기임원에 신규 등재해 등기임원 겸직 수는 8개사로 변함이 없었다.
또 30대 재벌그룹 중 계열사 등기임원 명단에 총수 이름이 아예 없는 곳도 지난 2013년 7개 그룹에서 올해 9개 그룹으로 두 곳이 늘어났다.
총수가 계열사 단 한 곳에도 등기임원으로 있지 않는 재벌그룹은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신세계그룹, LS그룹, 대림그룹, 미래에셋그룹 등이었다.
재계랭킹 1위인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전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친족 중 지난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오른 이부진 사장을 제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미등기 임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모든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사퇴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002년 신세계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등기임원에 올랐지만, 정 부회장도 보수공개를 앞둔 지난 2013년 미등기 임원으로 변경했다.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박현주 회장을 비롯해 친족 중 단 한 명도 계열사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30대 재벌그룹 중 유일하게 총수 일가족이 단 한명도 계열사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았다.
반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013년 계열사 9개사의 등기임원에서 올해 10개사로 1곳이 늘어났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역시 같은 기간동안 2개사에서 3개사로 1곳이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