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자금 마련을 위해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를 발판삼아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해 업계 1위 증권사로 도약해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될지 희석된 주가 가치 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대우증권 인수 시 업계 1위 메가증권사 탄생
미래에셋증권은 10일 이사회를 열어 발행주식 총수의 100%인 4395만8609주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국내외 대형증권사를 포함한 다양한 M&A 기회를 적극 물색해 나가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6600억원 규모로 늘어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에 이어 업계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지난 12월 기준 NH투자증권의 자산은 41조원, 자기자본은 약 4조3850억원이며, KDB대우증권의 자산은 30조원, 자기자본은 4조1700억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증권사가 대우증권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충한 1조2067억원의 자본금을 대우증권 인수전에 쓸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로 확보한 운영자금을 통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성공하면 자기자본 6조원 이상의 업계 1위 초대형 증권사라는 왕좌를 단숨에 차지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본을 확충하게 되면 KDB대우증권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대우증권 매각설이 시장에 돌기 시작한 직후부터 대우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KB금융과 중국의 시틱그룹의 가세로 3파전 구도를 띤 인수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대우증권 인수 가격은 최소 2조원에서 최대 3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주주가치 희석에 대우증권 인수 의지에 주가 17.6% 폭락
하지만 투자자들은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대우증권을 인수하겠다는 행보에 냉담한 반응이다. 10일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전날 대비 6850원(17.56%)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유상증자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과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KDB대우증권 인수전이 치열해질 경우,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우려감을 증폭시켰다.
이번 미래에셋증권의 유상증자 할인율은 15%이다. 유상증자 발행주식 중 14%인 615만4205주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적으로 배정되고, 나머지 86%인 3780만4404주는 기존 주주들에게 배정될 예정이다.
이후 무상증자를 통해 기존 주주 및 유상증자 참여 주주 모두에게 유상증자 후 총 발행주식 대비 30%에 해당하는 2637만5165주를 교부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주변 증권가 반응도 싸늘하다. 삼성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대규모 유상증자가 상당기간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7만원에서 4만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한단계 내렸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가 대형화를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과도한 인수가격 제시나 인수·합병 실패 시 후유증 등 악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 날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대규모 증자로 인한 희석 효과가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5만8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각각 낮췄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증자로 올해 예상 EPS는 50.3%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와 내년 예상 ROE 역시 평균 2%p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날 현대증권도 목표주가를 4만3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낮췄고, 유진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을 투자의견 제시 및 목표주가 산정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