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서 박출된 혈액의 혈관내 압력을 의미하는 혈압은 가장 손쉽게 건강상태를 체크해볼 수 있는 지표다. 고혈압이 심혈관질환, 콩팥병, 치매 등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반면 저혈압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고혈압을 단순히 고령환자나 만성질환자만 걸리는 질환으로 알고 있다가 혈압을 잰 뒤 깜짝 놀라는 젊은층도 많다.
의학적으로 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최저혈압(이완기혈압)이 고혈압 진단시 더 중요하다고 인식됐지만 최근엔 최고혈압(수축기혈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의 차이, 즉 맥압 또는 맥박압이 크면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성인의 약 30% 이상에서 발견되며 유전적 요인, 식이습관 등 생활환경적 요인, 신장기능 이상, 비만, 인슐린저항성, 내피세포 기능이상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유전적 요인이 30~60%를 차지하며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80%에 달한다.
혈압은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10월 이후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온도가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혈압은 1.3㎜Hg 정도 올라가고 이완기혈압은 0.6㎜Hg 정도 높아진다. 특히 기온이 10도 내려가면 혈압은 약 13㎜Hg 상승한다. 고혈압 환자가 환절기나 겨울에 새벽운동을 삼가야 하는 이유다.
낮에는 정상이었던 혈압이 아침 기상 후 급격히 올라가는 ‘아침 고혈압’이 있는 경우 뇌졸중과 심장마비 발병 위험이 최대 6배 높아진다.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많은 연구에서 아침고혈압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치료 목표로 삼을 만큼의 자료는 모아지지 않았다”며 “아침혈압의 정상범위와 아침고혈압을 어디까지 낮춰야 할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집에선 정상인데 병원에 가 의사나 간호사처럼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해 혈압이 상승하는 ‘백의 고혈압(White-Coat Hypertension)’도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백의 고혈압 증상이 자주 관찰된다.
저혈압은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로 수축기혈압이 100㎜Hg 이하, 이완기혈압은 60㎜Hg 이하인 경우를 의미한다. 심장의 짜내는 힘이 떨어지거나, 혈관 속을 흐르는 피의 양이 줄었거나, 혈관의 저항력이 떨어져 발생한다. 원인 및 형태에 따라 증후성 또는 속발성, 본태성, 기립성 저혈압으로 나뉜다.
양현숙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증후성 또는 속발성 저혈압은 심장질환이나 내분비질환 등 기저 원인질환이 있는 경우 나타난다”며 “본태성 저혈압은 심혈관계에 병적인 증상이 없고 명확한 근본 원인이 없는 게 특징으로 보통 저혈압이라고 하면 본태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눕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중력에 의해 혈액이 하반신에 모이면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인 저혈압 증상으로 피로감, 졸음, 손발저림, 수족냉증, 누웠다가 일어날 때의 어지럼증, 기절 등이 나타난다.
인터넷에 떠도는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위험하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떨어진다. 물론 심한 저혈압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신체 기관 및 조직에 영양분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