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폭언 등 국세공무원을 힘겹게 하는 막무가내 '악성민원'도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 나름대로 납득이 갈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악성민원에 대한 엄정한 법의 집행도 필요하지만 매뉴얼 등 사전 예방으로 납세자의 불만이 커지는 결과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조봉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실 납세자보호계장(사진)은 "악성민원이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며 "무조건 납세자만 탓할 수도 없고, 무조건 공무원만 탓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악성민원 중에는 우리 조직(국세청)의 문제점이 단초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이라며 "특히, 납세자와 전화연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다 보면 납세자의 불만이 가중되고, 가중된 불만이 급기야는 욕설로 이어지는 등 악성민원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에 중부청에서는 자체적으로 '세무관서 전화접근성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시행해보니 성과가 좋아 본청차원에서 전국 확대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15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조 계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악성민원에 대한 사례와 대책을 알아보고 친절민원 응대로 인한 보람있었던 일 등 국세공무원으로서의 그의 삶을 들어 보았다.
Q. 현재 근무처와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서 납세자보호계장으로서 지방청 납세자보호계 소관업무 총괄 및 소관업무에 대한 산하관서 지도·감독 업무 등을 하고 있습니다.
Q. 민원처리 과정에서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 업무를 하다 보면 극소수 경우이긴 하지만 터무니없는 민원을 제기해서 안 들어주면 계속 괴롭히거나 직원을 모함을 하고, 심지어 욕설까지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공무원도 행정능률에 떨어지게 되고 다른 민원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저도 공무원 생활을 30년 이상 하다 보니 과거에 그러한 민원을 몇 번 겪었는데, 그때마다 힘든 나머지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은 악성민원이 발생할 경우 상급자나 감독기관에서도 사건전말에 따라 직원보호를 위한 조치부터 취하지만, 그러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던 오래 전에는 악성 민원이 발생하면 질책부터 당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럴 때는 참 힘들었죠.
Q. 직접 겪었거나 목격한 악성민원이 있었다면?
☞ 과거에 민원실장을 하던 시절 명의위장 혐의가 뚜렷한 납세자로부터 사업자등록 신청이 들어왔는데 규정에 따라 현지확인 후 실제 사업자에게 사업등록증을 교부하겠다고 하자, 즉시 발급해주지 않는다며 막무가내로 고함을 치면서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 대게 보면 명의위장 등 문제가 있는 사람일수록 사실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큰소리를 치거나 소란을 피우는 등 직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악성민원 방지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악성민원이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텐데, 무조건 납세자만 탓할 수도 없고, 무조건 공무원만 탓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서 시행안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뉴얼에는 관공서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면서 소란을 피우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에 적극적이고 엄정한 법적조치를 할 수 있는 절차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악성민원 중에는 우리 조직의 문제점이 단초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세무관서가 인력부족과 업무폭주가 상시로 이어지다 보면, 경우에 따라 민원서비스가 납세자의 기대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납세자와 세무관서의 소통과정에서 그 제1차 접점인 전화연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다 보면 납세자의 불만이 가중되고, 가중된 불만이 급기야는 욕설로 이어지는 등 악성민원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죠.
이러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에 중부청에서는 자체적으로 우리부서 주관 하에 '세무관서 전화접근성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대책이 들어있습니다. 시행해보니 성과가 좋아서 금년에는 본청차원에서 전국 확대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평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십니까?
☞ 저는 신체장애가 있어서 남들처럼 운동도 못하고 등산도 못하고 해서 좀 애로가 있지만 오히려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편입니다. 남들은 아이디어 짜내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하는데 저는 사색을 하면서 연구를 하다보면 오히려 엔돌핀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그동안 민원서비스 개선에 여러 가지 성과를 냈고 몇 년 전에는 행자부와 SBS가 공동주관하는 민원봉사대상을 수상하고 사회공헌 대상을 수상한 적도 있습니다.
Q. 민원업무 처리 중에 미담이나 보람을 느낀 일이 있었다면?
☞ 몇 달 전 중부청에 고충을 제기한 말기 암환자가 있었는데, 사업이 망하면서 세금체납으로 보험이 압류되었고 수술비 마련이 급하니 그 보험압류를 풀어달라는 민원이 들어온 적 있었습니다.
그 분이 입원한 병원도 찾아가고 사는 형편도 알아보니 다른 재산이 전혀 없어서 생계까지도 위협을 받고 있는 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보험은 압류로 인해 국가가 추심할 경우 해약환급금으로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세금으로 충당되는 금액은 150만원 정도에 불과한데 그 사람은 암환자이기 때문에 보험금으로 청구할 경우에는 약 4000만원을 찾을 수가 있어서 치료비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국세로 150만원을 회수하는 것보다는 체납자의 4000만원 치료비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납세자보호위원회를 그대로 보고를 했더니 압류를 해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압류 해제하도록 도와줌으로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납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세무관서가 인력부족과 만성적인 업무폭주 등으로 업무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보니 납세서비스에 있어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성실납세에 앞장서 주시는 대부분의 납세자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국세청을 이해해 주시고 성실납세에 협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획취재팀 : 이희정, 이현재, 류성철, 박지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