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조하고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비염 등 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자주 나면 단순히 비염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할 때가 많다. 하지만 비중격만곡증 등 기저질환으로 코가 막힌 경우 단순히 비염치료만 받아서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코 중앙에는 콧구멍을 수직으로 둘로 나누는 벽이 있다. 이게 바로 비중격이다. 비중격만곡증은 이 벽이 휘어지면서 좁아진 쪽 코가 잘 막히거나, 콧물이 뒤로 넘어가거나(후비루 증상), 입으로 숨을 쉬는 구강호흡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비중격만곡증 환자가 비염에 걸리면 여러 증상 가운데 코막힘 증상이 가장 눈에 띄게 심해진다.
발생 원인은 선천적 경우와 후천적인 경우로 나뉜다. 출산시 태아의 코가 산도에 눌리면서 비중격 연골이 휠 수 있다. 유전적 영향으로 부모와 자녀의 비중격 기형 형태 및 모양이 비슷한 경우도 있다. 직접적인 외상이 원인인 경우 기형 형태가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이밖에 코 속에 물혹이나 종양이 생긴 경우 비중격이 압박을 받으며 휘게 된다.
이 질환을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준호 하나이비인후과 진료부장(사진)은 “비중격만곡증을 오랫동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한 코막힘이나 구강호흡으로 얼굴성장에 문제가 생긴다”며 “코막힘 상태가 지속되면 머리 무거움, 기억력 감퇴, 주의 산만, 수면장애,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폐쇄성 비음, 후각장애 등 부작용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코 안에서 생성된 콧물이 밖으로 적절히 배출되지 못하고 코를 풀 때 부비동으로 역류해 축농증이 발생한다. 코가 막혀 입으로 호흡하면 입냄새가 나거나, 목이 건조해져 목 감기에 자주 걸리게 된다.
비중격만곡증은 뼈 자체가 변형된 질환이어서 약물치료는 대부분 효과가 없으므로 수술적인 치료로 휘어진 비중격을 바로 잡아야 한다. 비중격만곡증의 유일한 치료법인 비중격교정술은 콧구멍을 통해 이뤄지므로 외부 흉터가 남지 않는다. 수술 시간은 30~40분 정도로, 보통 비염과 함께 치료한다.
흔히 비중격교정술을 받으면 성형수술로 코를 높인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김 원장은 “비중격교정술은 휘어진 비중격과 점막을 박리 및 교정하는 수술로 외형적인 변화는 없다”며 “다만 휘어짐이 심했던 환자 중 수술 후 코가 높아졌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중격만곡증으로 인해 폐쇄성 비음, 일명 ‘코맹맹이 소리’가 날 수 있는데, 비중격교정술을 받으면 막힌 코가 뚫리면서 폐쇄성 비음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후관리다. 비중격교정술은 수술 도중이나 후에 통증이 심한 편은 아니다. 수술 후 지혈대(솜)를 약 1~2주간 코 안에 넣고 있어야 딱지도 덜 생기고 점막 상태가 호전된다.
김준호 전문의는 “비중격교정술 후 한 달 정도는 꾸준히 병원을 방문해 수술 부위를 소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술 후 최소 2주는 심한 운동을 자제하고 최소 2개월은 금연 및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병원을 선택할 때에는 수술 실적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지,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인지, 적정진료를 하는지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