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는 말이 있다. 허리힘이 정력을 상징한다는 의미다. 허리를 다친 젊은 남성에겐 어딘지 애잔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원활한 성생활은 곧 남성의 허리힘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허리와 정력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동의보감에도 ‘허리는 정력의 창고’(腰爲腎府)라는 문구와 함께 허리가 아픈 모든 증상은 기본적으로 정력 감소와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작 허리건강에 신경 쓰는 남성은 그리 많지 않다. 매일 앉아있다시피 하는 생활습관은 허리를 약하게 만든다. 요통은 근육·인대 등 허리를 지탱하는 구조물이 약해지고 과부하가 걸리며 유발되기 마련이다. 앉은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척추가 감당해야 할 하중이 1.5~2배에 달해 허리디스크 등을 유발하기 쉽다.
가장 간단하게 허리 통증을 교정하는 것은 바른 자세로 앉고 걸어다니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이와 함께 허리를 강화시킬 수 있는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과체중인 사람은 허리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체중을 감량하는 게 필요하다. 대개 나이가 들면 성별에 관계없이 지방세포가 몸에 쌓일 수밖에 없어 복부비만이 나타나기 쉽다.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많을 경우 생성되는 레지스틴(resistin)과 이로 인해 초래되는 아디포넥틴(adiponectin) 결핍은 당뇨병과 성기능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 무시할 수 없는 게 허리에 두르는 ‘벨트’다. 최근 남성 사이에서 셔츠를 바지에 넣고 타이트한 허리띠로 몸매를 부각하는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벨트를 조이면 하복부와 고환이 압박돼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정력이 감퇴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허리힘도 중요하지만 사실 정력의 기본바탕은 ‘허벅지’다. 몸무게의 40%는 근육이고 이중 70%는 하체에 몰려 있다. 근육은 간보다 몇 배나 많은 포도당을 저장해 힘을 내도록 한다. 허벅지근육이 발달하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근육량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근육량이 많을수록 남성호르몬 분비와 활용 정도가 증가하고, 이후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이 합성되고 분비되는 것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벅지가 부실하면 고환과 부신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 양이 줄고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져 정력 감퇴, 배뇨장애, 전립선질환 등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성의 경우 사타구니에서 가장 가까운 허벅지 둘레를 쟀을 때 55㎝를 넘는 게 좋다. 그러나 유 교수는 “그렇다고 지나치게 운동해 근육이 불균형하게 발달하면 관절이 손상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력을 키우거나 젊은 시절의 힘을 유지하고 싶은 남성들은 허리힘은 물론 허벅지를 단련해야 자신이 만족할만한 남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 헬스오 정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