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빈병 회수율 높이기 위해 보증금 인상"
주류업계 "회수율 95%로 한계치…술값만 올릴 것"
환경부의 빈용기 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인상이 빈병 회수율 제고라는 정책효과 달성은 못하고 값싼 주류를 찾는 서민들에게 덤터기를 씌울 우려가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3일 입법예고를 통해 ‘빈용기보증금 및 취급수수료’를 인상하면 현재 85%인 빈병 재사용율이 95%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위법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주류업계측은 빈병회수율은 이미 95%를 상회하고 있다며 실효성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깨지거나 손상돼 사용할 수 없는 빈병을 제외할 경우 거의 100% 회수된다고 할 수 있어 회수율을 더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95%가 회수되는데도 재사용율은 85%에 그치는 것은 소비자들이 용기의 흠집이나 마모로 백태가 생기는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7~8회 밖에 재사용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재사용률이 30회 정도인 유럽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거나 유통기술을 개선하지 않으면 재사용율은 높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회수율은 유럽 수준에 도달했지만 용기의 사용상태가 재사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더욱 강한 재질로 병을 제조하거나 회수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취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류와 음료업계는 현실이 이런데도 환경부는 빈용기 보증금을 인상하고 중간 취급상들에게 더 많은 취급수수료를 지급하면 현재 100%에 가까운 회수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인상안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는 빈병 보증금을 올릴 경우 지금보다는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류업계는 회수율은 이미 한계치에 이르렀고 소비자들이 빈병 보증금을 직접 찾아가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점을 감안하면 정책 효과는 미미하고 인상되는 보증금만큼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효과만 생기게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지난 22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인상되면 360ml(밀리리터) 소주의 출고가격은 1002원보다 9.5% 인상돼 1097원이 되고 음식점 판매가격은 3500원에서 5000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500ml맥주 출고가는 1129원에서 1239원으로 9.7% 인상되고 편의점 가격도 덩달아 1540원에서 1690원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음식점 판매가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값싼 소주를 찾는 서민들은 인상된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는 대신 환경부 산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중간 유통상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처음으로 업무를 시작한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한해에만 90억원이 넘는 미반환 보증금을 확보했고 인상이 강행될 경우 해마다 140억원 늘어난 230억원의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취급수수료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중간 유통상들이 규정에 정해진 금액을 소매상들에게 제대로 지급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음을 감안할 때 취급수수료가 오른다고 해서 지급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또 다른 당사자는 각종 세제상 특혜를 누리는 맥주수입 업자들이다. 차별적 주세부과 체계로 특혜를 누리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가운데 FTA 확대 적용으로 관세까지 사라져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산 맥주는 빈용기보증금 인상이 10%에 달하는 가격인상 효과로 이어져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내 맥주 브랜드들도 살아남기 위해 국내 생산보다는 해외 수입을 택할 수밖에 없다.
업계관계자는 “현재 85% 수준인 재사용율을 9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환경부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전에 절차적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 그리고 정책효과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