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세무사무소가 밀집한 한 빌딩 간판 전경. 세무사회는 세무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외부세무조정제도'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지난 8월 대법원 판결 이후 동분서주해왔고, 조세소위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세무사들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인 '외부세무조정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이 조세소위 세법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세무사 업계와 변호사 업계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작성한 '조세관련 안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외부세무조정제도의 법적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의 정부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외부세무조정제도란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정확한 조정 또는 성실한 납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거주자 또는 법인에 대해 세무사(세무사인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 포함)가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일정 수입 이상의 개인이나 법인은 반드시 세무사법에 따라 등록한 세무사·회계사·변호사가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외부세무조정업무는 세무사들의 수입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행 소득세법, 법인세법 시행령, 시행규칙 상에서는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개인 세무사 또는 세무법인, 회계법인에 소속된 세무사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법무법인에 소속된 세무사, 변호사, 회계사는 외부세무조정을 할 수 없다.
외부세무조정을 둘러싼 세무사 업계와 변호사 업계간 갈등의 발단은 지난 2011년 대구지방국세청이 시행령, 시행규칙을 근거로 K법무법인의 조정반 지정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K법무법인은 시행규칙이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무효 규정이라며 소송을 냈고, 1,2심 승소를 거쳐 결국 대법원에서 '모법에 근거가 없는 시행규칙은 무효'라며 법무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세무조정에 참여할 수 없었던 법무법인들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긴 것이다.
법무법인에게 세무조정업무를 잠식당할 것을 우려한 세무사회는 즉각 성명서를 내 "해당 법령에 대한 입법보완을 추진하면서 변호사 등 타 자격사가 세무사의 직역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즉각 모법에 근거를 만드는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 입법절차에 착수했으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개정안은 세무조정계산서에 대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는 세무사법에 따라 등록한 세무사·회계사·변호사가 작성해야 함'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번 검토보고서의 입장은 개정안의 통과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하지만 차후 타 자격사들에게도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기 때문에 외부세무조정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보고서는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시행규칙과 개정안은 '세무사법'에 따라 등록한 세무사·회계사·변호사로서 개인 또는 세무법인·회계법인에 소속된 자만 외부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라며 "법무법인에 소속된 세무사·회계사·변호사나 경영기술지도사 등 다른 전문직역도 외부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현행 세무사법은 세무사법에 따라 등록한 세무사·회계사·변호사만 세무대리업무(세무조정업무 포함)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세무사·회계사·변호사가 법무법인과 같은 영리법인에 소속될 경우에는 휴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법무법인에 소속된 세무사·회계사·변호사나 경영기술지도사 등 다른 전문직역이 외부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무사법의 추가적인 개정이 있어야 가능한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세법심사에서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조세소위 측은 이번 개정안 통과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있을 '총선' 때문이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개업 사무소 수가 많은 세무사들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개업 비율이 높은 세무사와는 달리 변호사들은 대부분 로펌에 고용되어 있어 외부세무조정제도 관련법 통과가 당장의 이해관계 큰 영향을 안주기 때문"이라며 "여야 모두 외부세무조정제도 관련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키자는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변협)측은 이번 개정안 통과에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개정안 입법이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루어졌고, 차후 위헌의 소지도 있는만큼 이번 세법심사 과정에서 국회에 반대의사를 확실히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변협 관계자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도 5일 밖에 안거쳤을 뿐더러,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전혀 없이 발의됐다. 너무한 처사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변호사는 세무조정을 할 수 없게 막혀있는데, 이는 납세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만큼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며 "국회의원들을 만나 반대의견을 개진해왔다. 변협이 이번 조세소위에도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