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관세청 박재범 관세행정관이 작성했습니다.)
"병행수입활성화는 독점적 수입·판매구조 탈바꿈의 '지름길'"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려고 할 때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좀 비싸더라도 백화점 등 정품 매장을 가서 구입할 것인가, 아니면 병행수입물품을 인터넷 등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것인가.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병행수입물품은 독점 수입물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병행수입물품을 외면하고 비싼 독점수입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동일한 물품이면서 소비자의 불편함이 없다면 가격이 저렴한 것을 구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합리적인 소비일 것인데, 병행수입물품이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리포트’에서 실시한 병행수입에 대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병행수입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병행수입제품이 진품인지 불확실해서(1위, 42.4%) ▲병행수입제품은 직접 확인해보고 구매하기 어려워서(2위, 25.6%) ▲병행수입제품은 문제발생시 A/S가 안돼서(3위, 24.2%) 순이다.
결국 병행수입물품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관세청의 병행수입활성화 정책의 추진방향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의 독점수입물품을 선택하면 할수록 가격경쟁구조는 바뀌지 않고 오히려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므로, 병행수입물품에 믿음을 줌으로써 소비자들이 병행수입물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독점적 수입판매구조가 경쟁구조로 탈바꿈되어 소비자 후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병행수입물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 확보"
관세청에서는 2012년 8월부터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이하 통관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성실한 수입업체의 병행수입물품에 관세청이 인증하는 QR코드방식의 통관표지를 붙힘 으로써, 소비자에게 적법하게 통관된 물품임을 인증해주는 방식이다.
관세청에서는 법위반 여부, 병행수입규모 등 일정 심사를 거친 업체의 병행수입물품에 통관표지가 부착되므로 소비자는 안심하고 병행수입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통관인증제가 실시되어 병행수입물품에 통관표지를 붙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았다.
소비자가 정말 궁금한 것은 정품인지 가품인지 여부인데 통관표지는 정품인증이 아니고 정식 수입통관을 거친 물품임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품 여부는 상표권 권리자만 감정할 수 있는 것이며, 모든 병행수입제품 전부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전에 감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병행수입물품의 진정상품 여부는 끊임없는 논란거리가 되어 왔으며, 짝퉁 판매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문제 또한 항상 이슈가 되어 왔다.
따라서 관세청은 병행수입업체를 인증하고 수입통관과정에서 검사해 통관표지의 발급과 사후관리 과정에서 병행수입물품을 가장한 가품을 최대한 걸러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관세청에서는 2014년 4월부터 TIPA와 함께 통관인증업체들에 대한 현장심사를 실시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기본점검과 임의 선택된 샘플의 감정의뢰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품의 진위여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1년간 현장심사 업체는 126개로 현재 통관표지첨부업체가 451개(2015년 6월말 기준)이고, 인증기간이 2년임을 고려해보면 약 55%의 업체에 대하여 현장심사를 통한 사후관리가 가능하다. 또한 현장심사 업체 수는 TIPA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아울러 판매되고 있는 병행수입물품 중 가품우려가 높은 상품을 위장 구매하여 권리자의 감정을 받게 하는 등 정품여부를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처럼 관세청에서는 통관표지가 비록 정품을 인증하는 것이 아니지만 가품방지를 위한 자정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병행수입물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병행수입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큰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행수입물품의 A/S 지원 기반 마련"
병행수입물품의 A/S문제해결을 위해 시장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의 명품은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 독점수입업체가 국내의 수선업체를 통해 A/S를 실시하고 있었다.
A/S업체와의 MOU를 체결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의 수선업체들이 유수의 명품 업체 본사 또는 국내 독점수입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해 A/S를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병행수입자도 해당 A/S업체를 통해 수선을 실시하면 모두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해당 상표 물품의 부분품 조달 문제에 부딪혀 완벽한 A/S의 실시는 불가능했다.
대체품으로 A/S를 실시함에 따른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간 수선조차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과 달리 국내 수선업체를 통해 A/S를 할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일념으로 현장을 방문해 실제 A/S를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14년도에 TIPA와 12개 A/S업체 간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2015년도에는 품목을 보다 확대해 17개 A/S업체와 협약을 통해 병행수입물품에 대한 A/S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A/S 기반 확대의 결과 최근 일부 독점수입업체에서는 병행수입 등 유통채널이 다변화됨에 따라 수입경로만 다를 뿐 제품은 같은 병행수입물품에 대해서도 A/S를 확대 하는 등 기업정책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병행수입업체들도 A/S가 가능한 품목에 대해서는 점차 A/S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추세이며 관세청에서는 A/S 업체 정보를 TIPA 홈페이지와 통관표지 QR코드 인식시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병행수입물품도 A/S가 가능한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병행수입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사실 병행수입물품 활성화를 명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오해를 하기 쉽다. 하지만 그간 통관표지가 상표를 확인해보면 가장 많이 발행된 상표는 중저가의 스포츠류인 N사 제품이며 실제 통관표지 발행 수량의 3위내에 명품류에 해당하는 고가품류는 없다.
즉 수입물품의 독점판매의 비정상적인 가격 구조는 흔히 말하는 '비싼 명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생활 밀접물품 곳곳에 있는 것이다.
또한 병행수입시장에서는 병행수입물품에 대한 불공정한 유통저해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병행수입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청에서는 통관인증제 확대를 통해 섬유유연제, 면도기 등 국민 생활 밀접품목에 대해 통관표지를 부착할 수 있도록 부착가능 상표를 확대를 해왔으며, 병행수입 민관협의회를 개최해 공정위 등 관계부처와 함께 병행수입을 부당하게 저해하는 독점수입․판매업자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세청에서는 독점적 수입판매구조의 개선을 위한 '병행수입 활성화'를 다양하게 추진함으로써, 독점적 수입구조에 대한 경쟁을 촉진시켜 물가안정 기반 마련 및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