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105번 인사 중 34번이 1년 미만 재직
전문성 떨어진 '경력쌓기용 인사' 지적 쏟아져
금융위 "적은 인력풀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의 실·국장과 과장 등 고위직이 잦은 인사교체로 전문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경력 쌓기용 '회전문인사'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위가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2010~2015년 역대 위원장 및 주요 임원, 실·국장, 과장의 재직기간'에 따르면 실·국장 등 고위공무원의 평균 재직기간은 직위당 1년 2개월, 과장급은 1년 1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이 기간중 105번의 교체 인사가 있었는데 이 중 34번이 1년 이내에 담당 직무가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의 직책 중 평균 재직기간이 가장 짧은 직책은 자본시장조사단장으로 평균 7개월에 그쳤다. 그 다음으로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이 평균 8개월, 공정시장과장이 10개월, 금융정보분석원장이 11개월, 은행과장이 11개월 등으로 평균 재임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빈번하게 교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인사의 경우 불과 3~4개월만에 교체가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
김정각 전 중소서민금융정책관(2015.3.30~2015.6.28)과 김인 전 규제개혁법무담당관(2012. 3. 14~ 2012. 6. 10)은 재직 기간이 3개월에 불과했다.
또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2011. 3. 21~2011. 8. 3)과 김인 전 자본시장조사단장(2013. 9. 17~2014. 1. 19), 변제호 전 구조개선지원과장(2014. 9. 4~2015. 1. 14), 신지창 전 서민금융과장(2012. 3. 21~2012. 7. 31) 등은 재직기간이 4개월에 불과했다.
금융위의 잦은 인사 교체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금융업계와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학용 의원은 "금융위의 잦은 인사교체는 금융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며 "제대로 된 업무를 보기도 전에 인수인계만 하다가 임기를 끝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담당 국장과 과장이 너무 자주 교체돼 정책의 깊이가 없고 현장과의 괴리가 큰 것 같다"며 "현안 파악에 급급하다보니 금융업계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금융위 직책이 승진을 위한 경력쌓기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가 잦은 인사교체를 함에 따라 주요 직책이 승진 코스로 이용되는 '경력쌓기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이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업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재직기간이 짧은 관행이 지속될 경우 과오없이 직무를 마치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경쟁에 얽매이다 보면 금융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고 시장과 정책의 괴리가 커져 금융제도의 개선도 더디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금융위 고위직의 전문성이 떨어질 경우 금융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것보다 시장에 필요 이상 개입해 관치금융이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다른 부처에 비해 인력풀이 적어 인사를 하게 되면 연쇄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잦은 인사가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경력과 해당 직책에 대한 적임자를 판단해 보직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