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나 척추·관절질환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낙상사고다. 병원은 물론 가정에서도 낙상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낙상사고는 노인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중장년층이나 젊은층도 등산이나 자전거 등을 즐기다 낙엽이 덮이고 푸석푸석해진 등산로나 산책로에서 낙상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일교차가 커져 빙판길이 생기기 시작하면 낙상사고율은 급격히 증가한다.
고령층은 단순히 넘어지는 것만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매년 65세 이상 노인의 30% 정도가 낙상사고를 경험한다. 노인은 골밀도가 낮아 골절 위험이 높고, 균형감각이 떨어져 쉽게 변을 당한다. 어지럼증이나 부정맥이 있거나, 혈압약·수면제·이뇨제 등을 장기 복용하거나, 빈혈이 있거나 신체가 쇠약한 경우 등은 낙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2배 정도 많다. 여성의 다리근력이 남성보다 약하고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쇠약도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신민호 전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지난달 26일 65세 이상 노인 4만3367명을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우울증·뇌졸중 등이 있는 노인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낙상 위험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뇌졸중이 1.44배, 골관절염이 1.33배, 백내장이 1.27배, 골다공증이 1.24배, 요실금이 1.22배, 당뇨병이 1.14배 정도 낙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노인은 정상체중보다 더 잘 넘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낙상사고가 발생하면 타박상, 골절, 뇌손상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손상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긴다. 특히 낙상사고로 고관절이 부러지는 노인은 1년 내 사망률이 12~37%에 달한다. 고관절골절상을 입은 노인의 3개월내 사망률은 일반 노인에 비해 여성은 5.8배, 남성은 8배 높다.
고관절골절이 사망률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골절로 몸을 움직이지 못해 생기는 합병증 때문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내과질환을 동반한 고령환자가 보행을 담당하는 고관절을 다쳐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으면 욕창, 패혈증, 하지혈전 등 합병증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고령인데 넘어진 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땐 고관절골절일 확률이 높고, 이런 경우 가급적 24시간 내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고관절뿐만 아니라 무릎 반월상연골도 낙상사고로 인해 자주 파열되는 부위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연골이 받는 힘을 분산시켜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며, 관절 내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연골판이 손상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아진다.
낙상사고로 인한 골절을 최소화하려면 칼슘과 비타민D가 많이 함유된 음식인 우유, 요구르트, 멸치, 미역, 다시마, 김 등을 자주 섭취한다.
또 운동으로 뼈와 근력을 강화하면 낙상을 당하더라도 골절로 이어지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무리한 운동보다는 걷기, 수영, 자전거 등 운동이 적합하다. 실내에서는 탄력밴드를 활용한 운동이나 벽 앞에 서서 두 팔로 벽 밀기, 계단에서 발뒤꿈치 들기 등 근력운동이 권장된다.
김윤태 국립교통재활병원 전문재활센터 재활의학과 교수는 “낙상 예방을 위한 운동은 1주일에 3회씩 30분을 의미하는 ‘7330법칙’을 따르는 게 효과적”이라며 “혈압약이나 수면제 같은 약물도 낙상으로 인한 골절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전문의와 약 복용에 대해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벼운 낙상 후 통증이 2~3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와 상의해 적정한 재활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